박해일(38)이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는 관객이 원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을 해내는 배우다. 그리고 박해일에 대한 믿음은 ‘제보자’를 통해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진실을 파헤치는 열혈PD 윤민철로 분했지만 박해일의 연기는 오히려 담백하다. 그러나 묵직한 무게감을 가진다. 이는 배우 박해일이 쌓아 올린 내공이 여실히 증명되는 순간이리라.



최근 개봉한 영화 ‘제보자’ 인터뷰를 위해 본지 기자와 만난 박해일의 실제 모습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중들이 사랑하던 그의 이미지만큼 담백하고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담담하게 이어가는 대화 속에서 영화나 연기에 대한 진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또한 당연한 듯 보였다.



◆ 박해일 “일사천리로 진행된 현장, 부담감은 없었다”



박해일은 ‘제보자’를 통해 줄기세포 조작스캔들을 파헤치는 열혈PD 윤민철로 분했다. 극중 정의로운 사명 의식을 가진 언론인을 대변한 탓에 주변에서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도 심심찮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그건 역으로 보는 분들도 부담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신 것 같다.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 앞서 과거의 이슈를 짚어본 적은 있었다. 그러다가 막상 촬영을 앞두고는 현실을 접고 작품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과 영화 속 톤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오히려 그것들이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진실을 받아들이는 언론인의 톤을 만들어가는 것이 힘들었다고 밝힌 박해일은 촬영 현장에서의 편안함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에너지를 모았다가 쓸 수 있게끔 만들어준 현장이었다. 이경영 선배와 같이 관록이 있는 분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일사천리, 일사분리로 처리된 현장이 아니었나 싶다” 박해일은 14년 만에 재회한 임순례 감독과의 끈끈한 유대감 때문에도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박해일은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끈끈하다고 생각한다. 윤민철을 해나감에 있어서 큰 동력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가장 많이 부딪히고 협력한 심민호 팀장 역의 유연석과의 호흡을 빼놓을 수는 없다. 꾸준히 자신을 롤 모델로 밝힌 유연석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박해일은 “초반부터 발을 맞춰 나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다는 건 그 친구 또한 보이지 않게 많은 준비를 했다는 뜻이다. 그 준비된 감정이 내게도 분명 읽혔다”고 말했다. 이어 “전작을 통해서도 충분히 진폭이 큰 발걸음을 하고 있는 배우다. 수용하는 능력이 크고 그만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후배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을 보이기도 했다.





◆ 박해일은 어떻게 실감나는 언론인으로 변신했을까



‘제보자’는 박해일의 소소한 호흡이나 디테일한 설정 등 그야 말로 생활 연기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언론인들 특유의 포인트를 짚어야 했던 박해일은 “유연했으면 좋겠다”는 임순례 감독의 조언을 따라 현장 취재 및 사전 조사를 철저하게 했다. “제작진이 마련한 시사 프로그램 현장 견학부터 취재나 인터뷰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의 직업군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을 느꼈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연기를 해보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도움이 됐다”



실제 분위기가 어땠냐고 묻자 박해일은 “거의 반 형사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긴장감이 분명 형성돼 있는 것이 읽혀졌다. 취재 직전의 상황이라던가, 인터뷰 타이밍부터 의견이 조율되는 부분이 있더라.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케이스였다”고 전했다.



박해일은 “대체적으로 영화적 드라마적 순서를 최대한 고려해서 찍은 탓에 나 또한 감정의 단계를 쌓아나가는 데에 도움이 됐다. 사실 ‘제보자’의 매력이라 함은, 내가 어떻게 보이고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과정이다. 그것을 잘 보여줘야 후반부 이야기들의 진폭이 커지지 않겠나. 나 또한 영화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과정이라 삼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맞아떨어지는 것이 있었다”고 밝혔다.





◆ 박해일 “데뷔 14년차, 나에게도 슬럼프는 있다”



‘제보자’는 물론 개봉을 앞둔 ‘나의 독재자’까지 박해일은 배우로서 꾸준히 달려왔고 또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매번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아주 인상적인 대목이다. 관련해 박해일은 “순간순간 직관적인 호기심이 가는 작품을 주로 선택한다”고 밝혔다. “최초의 호기심을 통해 현장에서도 계속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여태껏 그것의 연속이었다. 대중들이 말하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해서는 내가 판단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일차적으로는 내 호기심으로부터 작동한다. 어쩌면 관습적으로 연기하지 않는다는 게 그런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데뷔 14년 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박해일에게도 슬럼프라는 게 있을까. 박해일은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슬럼프 여부를 영화적 결과물로만 얘기하는 게 아니지 않나.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 촬영하는 과정, 쉬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찾아오더라. 감기와도 비슷한 게 아니가 싶다”며 “촬영할 때 생기는 게 심적으로 가장 부담스럽긴 한데 매번 한 작품마다 한 번씩은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해일은 “빨리 떨치는 것도 중요한데 그걸 그냥 느껴보는 것 또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그런 모습은 모니터를 통해서도 금세 드러나기 마련인데, 함께 작업하는 이들이 배려해줄 때가 고맙더라”고 덧붙였다.



기반이 탄탄한 베테랑 배우지만, 박해일은 배우가 생업이라는 생각을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생업이라는 게 말 그대로 살아가는 건데 내게는 배우가 삶이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벗어나는 게 낯설 것 같기도 하고 작품을 하는 데에 동력이 되기도 하더라”



이어 박해일은 앞으로도 경험을 쌓아나가는 배우이고 싶다고 전했다. 그다운 아주 담백하고도 솔직한 대답이었다 “더욱 능수능란해진다는 건 결국 경험을 통한 게 아니냐. 경험이 배우로서는 큰 자산이고 흔히 말하는 슬럼프나 매너리즘에 빠질 때 회복하는 노하우도 될 것 같다. 그렇게 연기하고 싶다”



[사진= 최지연 기자]
리뷰스타 박주연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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