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의학상에 모서 부부 등 3명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은 뇌가 기억의 위치와 장소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밝혀낸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노벨의학상에 모서 부부 등 3명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 태생 영국인 신경과학자 숀 오키프 영국 런던칼리지 센스버리웰컴센터 신경회로·행동분야 소장(75)과 노르웨이의 부부 과학자인 메이 브리트 모서 노르웨이과학기술대 교수(51), 에드바드 모서 노르웨이과학기술대 교수(52) 등 세 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 세 명의 과학자가 인간의 ‘위성항법장치(GPS)’로 불리는 위치정보 처리시스템을 발견해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원리를 규명해 낸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오키프 소장은 1971년 뇌의 ‘해마’에 있는 ‘장소 세포(place cell)’를 발견해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는지 처음으로 알아냈다. 뇌의 해마 안에는 장소 세포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사람이 이동할 때마다 장소 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위치를 뇌에 기억하게 된다. 김진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오키프 소장은 사람의 뇌가 어떤 기억을 하는지를 최초로 규명한 과학자”라면서 “집을 오가는 길에 가로등 같은 다른 사물을 만나면 다른 장소 세포가 작동하는데, 뇌가 길에서 마주치는 사물이나 특정 위치마다 서로 다른 표시를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모서 부부는 2005년 쥐의 뇌에서 신경세포 일종인 ‘격자 세포(grid cell)’를 발견했다. 격자 세포는 인근에 있는 세포와 반응해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이창준 KIST 신경과학연구단장은 “이들의 연구는 장소와 관련된 알츠하이머 치매 등의 다양한 뇌 질환을 일찍 찾아내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모서 부부는 역대 세 번째로 부부가 함께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피에르 퀴리와 마리 퀴리는 1903년 라듐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퀴리 부부의 딸인 이렌 졸리오 퀴리와 그의 남편 프레데리크 졸리오 퀴리도 1935년 방사성 동위원소를 만들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바 있다.

수상자들에게는 800만크로네(약 13억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