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일베'는 보수우파의 수치인가
지난달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자유대학생연합’ 회원 100여명이 ‘광화문 도시락 나들이’에 나섰다. 일베 회원들은 세월호 단식장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정치적 놀음에 신음하는 광화문 광장을 돌려 달라”고 외쳤고, 대학생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사업가라고 밝힌 한 시민은 “일베가 나라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많이 먹고 나라를 지켜 달라”고 말한 뒤 현장에서 피자 100여판을 기부하기도 했다.

소위 ‘일베 폭식투쟁’으로 알려진 이 사건 후 좌파단체와 언론들은 일제히 일베를 패륜·반사회적 무리로 몰아가고 있다. 여기에 보수정치인, 언론들까지 ‘막장’ ‘유가족의 베인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는 식의 언어로 일베를 매도하고 있다. 광화문 일베 행위의 막장 여부에도 불구하고 양지(陽地)의 보수 세력이 일베를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지는 살펴봐야 할 일이다.

한국에서는 정치·사회는 물론 언론·교육·문화·예술·연예 등 어디에서나 좌파·우파의 영역다툼이 벌어지는 중이다. 현재 거의 전 분야가 좌파 점령 하에 있으며, 국민이 다수 여당으로 뽑아준 국회까지도 소수 좌파에 끌려 다니는 식물 신세가 됐다. 이런 형편이라면 향후 나라 전체가 자유·법치의 국체와 역사를 뒤엎고 사회주의로 떨어지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는 한국의 기성보수가 현재 얼마나 무능·무책임한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일베는 국내 최대 커뮤니티사이트 ‘dc인사이드’에서 애국·준법자를 자처하는 우파청년들이 모이는 인터넷공간이다. 원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게시판 등은 욕설·저주가 난무하는 하류문화 공간인데, 이런 기층문화에서 밀리면 청소년 여론이 점령당하게 된다. 일베는 좌파 일변도의 이 영역에서 좌파세력들의 조작, 선동, 위선행위 등을 색출하고 좌파식으로 원색적으로 공격하며 보수우파의 전선을 지켜왔다.

일베에 의하면 이번 광화문 집결은 젊은 우파들이 대한민국 거리에 뛰어나와 좌파진영을 향해 “우리도 국민 목소리다”라고 분명하게 외친 데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거리에서의 청년층 정치적 행동이나 퍼포먼스는 좌파진영이 독점해왔다. 그런데 ‘온라인 일베’가 처음으로 ‘행동하는 청년우파’로서 거리에 등장하자 전 좌파가 경악해 비난 공세에 나선 것이다. 지금 좌파의 일베를 향한 공세는 얼마 전 우파 역사교과서의 씨를 말리려고 극성을 떨 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일베의 무분별한 언어나 광화문에서와 같은 저급한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향후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무게를 가진 국민 목소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누가 이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우선 좌파들은 그 패거리가 ‘쥐박이’ ‘닭그네’ 등 예술을 빙자한 온갖 쓰레기 퍼포먼스와 시위로 대통령과 우파집단을 능욕할 때 패륜·막장이라고 돌을 던진 적이 없다. 이들이 세월호 애도정국을 운영한 지가 벌써 6개월째고, 대한민국의 얼굴과 같은 광화문 광장에서의 천막농성도 50일을 넘었다. 이를 조롱한 일베의 행위가 막장인지, 반년 가까운 좌파의 국가 좌초행위에 침묵하는 것이 막장인지는 이제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한편 기성보수들은 오늘날 진흙밭이 된 이념전쟁터에서 점잔만 빼고 적당히 영합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그런 체질이 국회선진화법도 탄생시켰다. 나라를 걱정하는 노인들이 좌파시위장에 등장할 때는 ‘극우 노추’라고 기피하고, 행동하는 아스팔트 우파에는 좌파들과 똑같이 ‘극우’를 씌워 매도하기 일쑤였다. 좌파 청년운동가들은 줄줄이 국회의원이나 정부·공공단체 고위층으로 발탁되지만 보수기득권층은 우파 청년운동가들을 반기기는커녕 상종하기조차 버거워 해왔다.

이런 보수의 보신과 위선을 청소년층이 과연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일베는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유일하게 자생적으로 모인 젊은 우파 청년활동가들이다. 이들을 한국의 기성보수가 무슨 자격으로 비판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김영봉 < 세종대 경제학 석좌교수 kimyb549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