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원·엔 환율이 100엔당 950원대로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엔저가 점점 감내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2년 1월 100엔당 1488원, 2013년 1월 1196원, 올 1월 1024원으로 2년 넘게 속락하고 있는 원·엔 환율은 기업들의 내성조차 이제 바닥을 드러내게 하고 있다. 올초 전경련이 316개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전망한 올해 평균 원·엔 환율은 1058.33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1~9월 평균은 1013.73원이었는데 이는 조사기업들이 전망한 손익분기 환율(1044.2원)보다 30원 이상 낮은 것이다.

원화가치가 10% 상승할 때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0.41%포인트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다. 현대·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이 13% 줄어드는 등 수출업체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북미시장에서는 엔저 여파로 올 상반기 현대의 쏘나타 가격이 도요타 캠리보다 더 비싸졌다. 무역협회 조사 결과 유럽 수출단가도 한국 제품이 일본의 같은 제품에 비해 7%가량 높게 나왔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에서 매출 증가율이 4년9개월 만에 최저치인 2.9%에 그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기전자(-9.6%) 조선(-8.7%) 등의 수출이 줄어든 것이 매출에 직격탄이 됐다.

문제는 엔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영국 더 뱅커지 선정 세계 30대 은행 중 원·엔 환율 전망치를 내놓은 8개 은행의 내년 3분기 평균치는 100엔당 887원이었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끝내더라도 일본은 계속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한국의 불황형 경상흑자로 원화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1년 뒤 환율이 이런 수준이 된다면 내년도 성장률은 4%대는 고사하고 3%대도 위협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상위 100대 품목 중 55개가 겹친다고 한다. 수출이 무너지면 아무리 내수를 살려도 소용이 없다. 환율 안정은 한국은행만의 임무가 아니다. 정부도 거시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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