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개봉 '마담 뺑덕'서 바람둥이 교수 役

현대극으로 바꾼 '심청전'
"준비된 신인처럼 선입견 벗어볼게요"
'청춘 아이콘' 정우성이 벗었다

정우성(41·사진)이 벗었다. 사건이다. 여자들이 가장 연애하고 싶은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그의 20년간 배우 경력에서 벗는 연기는 처음이다. 다음달 2일 개봉하는 치정멜로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에서다. 40대 초반의 그는 준수한 외모에 중후한 남성미까지 풍긴다. 24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벗는 연기를 일부러 피했던 것은 아닙니다. 마땅한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아서지요. 인물들의 감정이 흥미롭다면 노출 연기를 합니다. 이번에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쾌감을 느꼈어요. 그렇지만 노출을 위한 노출이라면 사양하죠. 포르노를 보면 되니까요. 완성작을 보니까 애초 의도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는 할 만큼 다했으니 이제는 관객들의 몫이겠죠.”

‘마담 뺑덕’은 고전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바꾼 이야기다. 큰 틀만 비슷하고 부분적인 내용은 새롭게 창작했다. 정우성이 맡은 심학규는 순진한 시골 처녀 덕이(이솜 분)를 농락하고 버린 바람둥이 유부남 교수다. 방탕한 생활 끝에 실명하고, 덕이의 복수로 큰 빚을 진 채 딸까지 술집에 팔게 된다. 예기치 못한 반전이 흥미를 자아낸다. 영화는 심학규의 인생 역전을 통해 사랑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청춘 아이콘' 정우성이 벗었다

“사랑을 상징하는 덕이와 욕정을 뜻하는 지은과의 베드신을 다르게 표현했어요. 덕이와의 정사는 퇴폐적인 작업으로 끝내서는 안됐지요. 나중에 서로 사랑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지은과는 본능의 몸짓으로 더 맹렬히, 과감하게 드러냈어요. 카메라 앞에서 가리개도 걷어치웠죠. 감독이 너무 나간 것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였어요.”

스크린 속 그가 완전히 벗은 몸은 단단하게 잘 다듬어져 있다.

“학규는 타락한 지식인의 모습이죠. 자기를 만족시키는 모든 것에 집착하는 인물이에요. 교수 겸 작가로서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드러낸 거죠. 아티스트들은 집착에서 오는 짜릿함을 포기하지 않지요.”

1994년 ‘구미호’로 데뷔한 그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아 이 영화를 찍어보니 준비된 신인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 영화는 앞으로 제가 20년간 아무것도 몰랐던 신인처럼 연기하는 서막이 될 거예요. 제 스스로 선입견을 벗도록 할 거니까요. 관객들도 이 영화로 내가 아는 정우성이 다가 아니었구나 느낄 겁니다. 전쟁 영화도, 형사 역도 아직 못해봤어요.”

지난해 흥행작 ‘감시자들’에서 살인자로, 이번에도 나쁜 남자로, 악(惡)을 연기하는 이유를 물었다.

“선(善)은 너무 확고해 무너뜨릴 수 없는 견고함이 있어요. 표현도 단면적이죠. 악역은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쾌감이 있어요. 악은 자기 합리화를 위해 계속 새롭게 표현하려고 하니까요.”

할리우드 진출에는 목매지 않겠다고 답했다. 배우로서 궁극적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할리우드는 백인 중심의 사회여서 백인이 주인공이죠. 아시아 배우들이 악역으로 시작하는 것이 못마땅해요. 저는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싶어요. 하지만 제게 주역을 주지는 않겠지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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