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금융 콘퍼런스] "100년 전엔 부동산대출도 모험…지식재산 대출 확산은 시간문제"
“부동산 담보 대출은 100년 전인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땅의 가치를 평가하는 체계가 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당시에는 노예가 몇 명인지, 금이나 은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에 따라 돈을 빌려줬지요. 지식재산도 마찬가지로 가치평가 체계만 세우면 폭발적으로 성장해 우리 경제의 근간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존슨 콩 국제지식재산상업화협회(IIPCC) 회장(사진)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식재산(IP·intellectual property) 기반 경제는 시간문제일 뿐이지 반드시 다가올 현실이어서 서둘러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콩 회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가 눈앞에서 열리고 있는데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적거린다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금융권 그리고 민간이 함께 지식재산 기반 경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콩 회장은 26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 IP 비즈니스·금융 콘퍼런스(AIPBF) 2014’를 준비하기 위해 일시 방한했다.

콩 회장은 “지식재산을 원활하게 활용하면 생산성이 늘어나고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열려 일자리도 증가한다”며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데 너무 익숙해진 은행들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식재산은 부동산과 달리 무한정 공급될 뿐만 아니라 공급이 증가한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금융회사의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크게는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콩 회장은 지식재산 기반 경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 임직원을 학교로 보내 정규 프로그램을 이수토록 하는 것도 좋지만 지식재산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에 참석하게 하고 관련 사업 종사자와 만나게 해 충분한 자극을 줘야 한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처럼 사업가, 개발자와 함께하는 모임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애플이나 페이스북이 돈을 융통할 수 있었던 것은 땅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금을 가진 사람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서로 만나 기술의 가치와 가능성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 아니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교육도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지식재산은 단순히 특허에 국한되지 않고 스타벅스나 맥도날드를 찾았을 때 갖게 되는 느낌부터 노래나 음식 만드는 법까지 모든 것을 포괄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지식재산 기반 경제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콩 회장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을 때 누구한테 먼저 전화를 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며 “개개인이 지식재산을 지키고 돈을 버는 길을 정확히 알려준다면 지식재산 기반 경제는 훨씬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치 인권(人權)처럼 누군가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자신의 기본권을 인식하기 힘든 것 같이 지식재산권도 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이 침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식재산 기반 경제 활성화의 전제조건으로 금융회사와 사업자, 개발자를 연결해주는 중개인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스포츠 스타가 변호사뿐만 아니라 대행사(에이전시)를 두고 있는 까닭은 변호사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지식재산은 변호사와 변리사가 아니라 전문 중개인을 통해 유통되고 이익을 냅니다.”

콩 회장은 지식재산 기반 경제에서 정부 역할이 필수적이라면서도 정부 홀로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지난 50년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왔고 지식재산 기반 경제를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식재산 경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할 일이 아니다”며 “은행 등 금융회사와 사업자, 개발자 모두 수긍하고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규칙을 조율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