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게임계에 시끄러운 일이 하나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소위 '조이 퀸 스캔들'로 불리는 이 사건은 조이퀸의 전남친이 그녀의 사생활을 폭로하면서 시작되었고, 미국의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뜨겁게 타올랐다.

[오영욱 TOC까놓고] 게임판 흐려놓는 도넘은 인신공격

▲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처음에 커뮤니티들은 조이 퀸이 개발한 게임이 코타쿠등의 게임 저널의 평가에 대해 별로 납득할수 없다며, 그녀와 게임언론과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트위터에서 게임 홍보에 로빈 윌리암스를 거론하는 등의 행동과 유명한 인디 게임 개발자 필 피쉬가 그녀를 옹호하며 논란은 커져만 갔다.

문제 제기와 함께 게임 이외의 요소들까지 이용해 그녀를 공격하는 가운데 험악해진 분위기와 함께 여성 게임 평론가인 아니타 사키시안이 살해 협박을 받고 대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필자는 바다 건너 상황에 대해, 제 아무리 인터넷으로 연결되어있다고는 하더라도, 9000km 너머 곳에서 특이 모국어로 진행되는 것도 아닌 상황에 대해 100%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를 했지만 현재도 진행중인 이슈라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

[오영욱 TOC까놓고] 게임판 흐려놓는 도넘은 인신공격

하지만 국제 게임 개발자 협회는 이례적으로 특정 대상을 언급하지 않고 게임 개발자에 대한 인신공격 등에 우려를 표한 점에 대해서는 주목한다. 협회는 당연히 업계의 문제에 대한 건강한 토론은 환영하지만 공격에 대한 수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것. (http://www.igda.org/news/190128/IGDA-Board-of-Directors-Statement-on-Harassment.htm)

■ 과거 PC통신 괴담과는 SNS 시대 '개발자 공격'

과거 PC통신으로 인디게임을 사면 우편으로 디스켓이 날라오던 시절에는, 이런 일이 거의 없었다. 게임 개발자는 구름 너머에 사는 존재였다. 가끔 직접 손으로 쓴 욕설이 담긴 편지가 날아올지언정 개발자가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그런 편지도 충분히 위협적이지만.

30년이 흘러 시대가 크게 바뀌었다. 트위터에서 개발자나 게이머, 혹은 개발자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크게 이상하진 않은 시대가 되었다. 이런 소통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업체에서는 자사의 직원들이 SNS 활동을 하지 않길 원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재밌게도, SNS로부터 자사의 직원을 분리함으로써 게임에 대한 공격이 개발자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는 아이러니한 일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쓴웃음이 나온다.

한국 게임업계에는 가끔 무서운 아저씨들이 칼을 들고 찾아온다고 하는 등의 괴담들이 내려오긴 한다. 괴담이란 것이 당연히 사실 확인이 힘든 것뿐이지만 아주 없는데서 그런 괴담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패치가 맘에 안드니 너네 회사 앞에 불지르고 나도 자살할거다' 같은 전화를 받았을 때의 기분이란.

비단 게임업계뿐만이 아니라 20년간 서비스 업계는 '손님은 왕이다' 라는 표어가 지배하고 있었다. 건전한 비판을 막을 이유가 없지만 가끔 협박이나 인신공격 등으로 수위가 넘어가는 일이 발생해도 대부분 그냥 넘어갔다.

게임개발사나 개발자들은 당연히 게이머의 눈치를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강력하게 대응하기가 힘들기도 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불법복제에 단속마저도 최근의 미드업체의 자막단속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본 사람들은 떠올렸을 텐데, 2000년도 초에 게임사들이 불법복제를 막기 시작했을 때의 팬덤의 비난에도 개발사들은 굉장히 조심스러워 했다.

■ 스캔들이 역설적으로 게임개발자들에 대한 괴롭힘 환기

지난해 8월, 그러니까 2013년에 IGDA는 이런 게임개발자들에 대한 괴롭힘(Harassment) 에 대한 지원조직에 대해 고민한다고 밝혔다. (http://www.polygon.com/2013/8/15/4622252/plague-of-game-dev-harassment-erodes-industry-spurs-support-groups)

게임 개발의 중심은 여전히 대형 제작사의 AAA 게임들이 가지고 있지만 인디게임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광신적인 게이머들이 공격의 목표를 회사에서 게임개발자 개인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미국에도 게임 콘텐츠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해위협을 받은 개발자들이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IGDA에서 해당 그룹이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터넷 문화에서 인신공격 등이 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이성적으로 토론하는 사람들보다도 문제가 되는 발언들이 훨씬 많은 이 상황을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준비하고 있던 것이 나와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은 이제서야 겨우 개발사 안의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늘어나고, 업계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 개발자들이 많아지면 당연히 한국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협박이나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들의 타겟은 자신보다 약한 혹은 만만한 사람인 경우가 많고, 실제로는 전혀 그럴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성별이 그 판단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배우가 자신에 대한 수위 넘은 인터넷의 인신공격을 참지 않고 신고하여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보통 평판을 두려워해 법원판단까지 가는 것을 피하는 것을 생각하면 의미있는 행동과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하지 말아야할 비난이고 인신공격, 협박인지는 당연히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에게든 남성에게든 공격이 가해졌을 때 그것을 그대로 놔둘 것인지, 아니면 대응을 해서 좀 더 건전한 문화를 만들지는 앞으로 모두가 고민해야할 부분일 것이다. 게임업계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객원기자 krucef@gmail.com

[오영욱 TOC까놓고] 게임판 흐려놓는 도넘은 인신공격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지금은 NOVN에서 기술이사로 새로운 모바일 게임에 도전중이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획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게임개발자연대에서 이사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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