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에 인수된 지 3년, 성장궤도 오른 한섬

'M&A 실패작' 오명에도 "2~3년후 내다보고 투자"
토종 브랜드 매출 7% 증가…해외브랜드도 9개 판권 확보
한섬, 패션名家의 부활…정지선 승부수 통했다

현대백화점(56,800 -0.35%)그룹(회장 정지선·사진) 계열사인 한섬(30,650 +2.17%)이 ‘패션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뒤 감소했던 매출이 3년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한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1.6% 정도 늘었을 것으로 보고있다. 국내 패션업계가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를 포함한 해외 패션업체의 공세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나타낸 것이다.

견인차는 한섬이 1993년 내놓은 토종 여성복 브랜드 타임이다. 타임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타임의 올해 매출이 140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타임을 비롯해 마인 SJSJ 시스템 등 한섬의 토종 브랜드 매출은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7% 늘었다.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다른 국내 의류업체들의 매출이 같은 기간 1.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매출 증가율이다.

한섬이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해외 의류·잡화 브랜드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3% 증가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한 직후부터 해외 브랜드 판권을 적극적으로 따온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섬은 최근 2년간 중고가 의류인 쥬시꾸뛰르, 일레븐티와 명품으로 꼽히는 발리, 지미추 등 9개 브랜드의 판권을 새로 확보했다.

한섬, 패션名家의 부활…정지선 승부수 통했다

한섬은 그동안 ‘인수합병(M&A) 실패작’이란 평을 받았다. 인수 첫해 매출이 소폭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55억원(5.1%) 감소하면서 ‘백화점과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방시, 셀린느 등 알짜 해외 브랜드의 국내 판권도 다른 업체에 빼앗겼다.

정 회장은 고급화·명품화 전략으로 판세를 뒤집었다. 한섬을 명품 기업으로 육성해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에서다. 정 회장은 한섬을 인수할 때 창업자인 정재봉 부회장을 만나 담판을 지은 만큼 한섬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은 그동안 “단기적인 성과보다 2~3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해 그룹과 한섬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시대 변화에 발맞춰 유연한 감각을 갖고 과감하게 제품을 생산하라”고 주문해왔다.

한섬이 인수 이후 국내 최대 규모의 디자이너 인력(260여명)을 갖출 수 있었던 것도 정 회장의 의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한섬 임직원 중 디자이너 비중은 인수 전 25%에서 지금은 35%가 됐다. 지난 3월 잡화 브랜드 덱케를 출시한 것도 이 같은 디자인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덱케를 연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달 말에는 고급 남성복 브랜드 랑방스포츠를 출시, 남성복 사업도 확장한다.

한섬의 주요 브랜드를 현대백화점 본점, 무역센터점 등 주요 점포에 배치한 것도 매출 증가에 일조했다. 오중희 현대백화점그룹 부사장은 “지난 3년여간 한섬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 결과 올해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올해는 한섬이 여성복 1위 기업에서 최고의 종합 패션기업으로 거듭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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