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모바일 금융 전쟁] 손잡자니 고객확보 도움 되겠지만 IT업체에 주도권 내줄라
정보기술(IT)기업들이 금융서비스 분야에 뛰어들면서 금융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규모 회원을 보유한 IT업체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빼앗길 수 있어 손을 잡는 시늉을 내고 있지만, 속으론 자칫 카카오나 NHN(네이버)에 끌려다니는 상황을 맞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신용카드업체 9개사와 함께 온라인 결제 서비스(카카오페이)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지만, 카드사들은 “그건 자기들 생각”이라며 시큰둥해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카카오페이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심사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함부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가 출시되면 기존 카드 업무가 카카오톡 쇼핑몰의 한 결제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게 카드사들의 생각이다. 37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톡 회원 수를 고려할 때 결제 규모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카드사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모든 카드사가 카카오페이에 참여해 쇼핑몰이 활성화된 이후도 걱정거리다. 카드사 관계자는 “나중에 카카오 측에서 서비스를 계속하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할 경우 마땅한 대응 수단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카드사뿐만 아니다. 카카오 및 금융결제원 등과 함께 ‘뱅크월렛 카카오(카톡뱅크)’ 서비스를 준비하는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카톡뱅크를 이용해 결혼하는 친구에게 축의금을 주고 싶은데 카톡뱅크에 가입하지 않은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면 송금이 불가능하다. 카톡뱅크를 위해 은행을 바꾸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톡뱅크를 놓고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에 금융결제원의 송금서비스가 결합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은행권에서는 금융결제원 플랫폼에 카카오톡 친구목록 불러오기 기능을 결합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기싸움이 팽팽한 상황”이라며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