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취임 이후 보여주고 있는 이색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헌법 학자로 일가를 이룬 서울대 법대 교수인 정 장관의 안행부 장관 임명은 그 자체로도 관심이었죠. 중앙·지방정부 행정 경험이 없음에도 중앙·지방정부의 가교 책임자가 됐다는 점, 대학교수 시절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대안을 활발하게 내놓은 현실 정치 참여형 지식인이었다는 점에서죠.

7일로 취임 4주차를 맞은 정 장관은 아직까지는 안살림 챙기기에 열중하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17일 업무를 시작한 그는 정부서울청사 안행부 사무실 곳곳에 ‘신임 장관에게 바란다’는 문구를 부착한 건의함을 설치했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침체된 안행부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겠다는 취지에서죠.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건의함을 운용한 결과 모두 326건이 접수됐습니다.

정 장관은 직원 건의사항에 대해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7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전 직원 대상으로 개최한 첫번째 월례회의에서였지요. “4급 이하 하위직까지 인사는 8월말부터 실시한다” “근무여건 개선 건의가 많은데 예산 여건을 감안해 화장실부터 고치겠다” “10년 정도 꾸준히 개선해 나가면 안될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초과근무가 사라지도록 간부들부터 퇴근시켜달라’는 건의에 대해선 “오후 5시 이후엔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방법론까지 내놨죠.

정 장관이 직접 결정한 월례회의 일정도 의외입니다. 통상 해당월 초순 주초 오전 시간에 해오던 기존 관행에서 크게 벗어난 때문이죠. “각종 회의 일정부터 스마트하게 변경해야 관행도 바꿀 수 있다는 정 장관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게 안행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간부회의나 보고 스타일도 확 바꿨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최근 업무 보고를 마친 안행부의 한 간부는 “두툼한 자료와 수첩을 들고 보고를 했더니 ‘앞으로 자료를 최대한 줄이고 수첩도 갖고 오지 말라’고 지시하더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간부는 “자료 보고 대신 토론 형태로 간부 회의가 진행되고 있어 더욱 긴장된다”며 “일단 취임 이후 행보에 대해 직원들이 진정성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평가하더군요.

일부에선 정 장관의 이색 행보를 ‘파격적인 혁신을 위한 터닦기‘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안행부 고위 간부를 지낸 한 산하단체장은 “정 장관은 교수 시절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해 왔다”며 “안행부 직원들에 대한 기살리기가 어느정도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면 다양한 내용의 혁신적인 정책들을 밀어부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첫 월례회의때 정 장관이 간부들에게 주문한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안행부 사무실을 모두 돌아봤다. 간부들이 앉아 있는 자리가 제일 좋았다. 간부들은 덜 좋은 위치에 앉는게 맞다.양보해 주시라.”

박기호 선임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