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시대 '액세서리 마켓' 에 주목해야
최근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IoT는 시계, 라이터, 볼펜, 약통, 지갑, 거울, 아령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이 IT제품이 되는 것을 뜻한다. 전자제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런 사물들에 컴퓨팅 전원이 들어가고 인터넷이 연결되는 것이다.

국내외 다수의 IT기업이 IoT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콘퍼런스(구글 I/O)에서 “앞으로 소비자를 둘러싼 각종 환경이 안드로이드 플랫폼 아래에 들어가 서로 연결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도 최근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홈킷(Homekit), 헬스킷(Healthkit) 등을 새로 선보였다. IoT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다. 아마존과 LG, 삼성,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등도 다양한 IoT 제품들을 꾸준히 전시회에 공개하고 있다. 일부 제품에 대해선 상용화를 거쳐 소비자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살피는 중이다.

그러나 IoT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별로 크지 않다. 소비자들은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선보이는 IoT 제품 및 서비스에 흥미는 있지만 아직 큰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담배를 하루 몇 번·어느 시간대에 피우는지 알려주는 스마트 라이터가 있다면 소비자들이 신기해 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몇 백원 이면 살 수 있는 라이터보다 값도 비싸면서 배터리 충전도 필요한 스마트 라이터를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려 할까.

대안은 있다. 바로 ‘액세서리’다. ‘액세서리’란 기존 사물을 완전히 대체하는 대신 기존 사물에 추가되는 형태의 매개물이다. 평범한 TV를 스마트TV로 만들어주는 크롬 캐스트(Chrome Cast)가 그 예다. 일반TV여도 크롬 캐스트를 꽂기만 하면 TV와 스마트폰이 연동돼 스마트TV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액세서리는 완제품에 비해 소비자의 가격 부담이 작다. 또 이미 갖고 있던 사물을 계속 활용할 수 있게 해 구매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춘다. 최근 스마트 워치 시장에도 반제품 형태의 액세서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모딜리안(Modillian)사는 일반 시계여도 시곗줄만 바꿔 끼우면 전화 수신과 문자 알림 등 스마트 워치 기능 이용이 가능해지는 제품 콘셉트를 공개했다.

액세서리 IoT가 지향하는 바는 ‘일반 사물의 스마트화(Make Dummy Things Smart)’다. 소비자들이 IoT에 바라는 것도 그렇다. 기존 사물 본연의 기능과 가치를 그대로 누리면서도 ‘플러스 알파’를 얻고 싶어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에 작은 매개물을 추가해 IoT가 실현된다면 관련 생태계가 빠르게 구축될 것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액세서리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액세서리는 ‘매개물’이기 때문에 완제품에 비해 높은 사양이 요구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모델 협력을 위한 기업 간 이해관계 충돌도 없다. IoT 과도기에 ‘액세서리 마켓’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종근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lee.jongkeun@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