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추석'의 습격…유통업계 대혼란
박병우 롯데마트 국산 과일 상품기획자(MD)는 추석 때까지 들여올 배 물량을 계산하다 막막해졌다. 기존 산지에서 가져올 수 있는 것을 모두 끌어와도 예년보다 물량이 10% 이상 부족할 것이란 결론이 나와서다. 박 MD는 15일 급히 배 산지인 전남 영암으로 출장을 떠났다. 작년만 해도 전남 나주와 충남 천안에서만 배를 가져와도 충분했으나 올해는 영암, 보성, 경남 하동까지 배가 난다는 곳은 안 다니는 데가 없다.

이른 추석 때문에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추석은 9월8일로 1976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일러 차례상에 오를 과일 확보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유통업체들은 농작물 생육이 빠른 남부 지방으로 구매 지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추석 때는 경북 상주 이북 지역에서 재배한 사과만 가져와 팔았다. 그러나 요즘 이 백화점 과일 MD들은 경남 거창, 밀양까지 사과를 구하러 다니고 있다.

물량이 부족한 만큼 올 추석에는 과일값이 급등할 전망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추석 때보다 사과는 50%, 배 가격은 25% 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명절 대목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유통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여름휴가를 다녀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추석을 맞게 돼 소비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년에는 휴가철은 휴가철대로, 추석은 추석대로 대목을 누릴 수 있었지만 올해는 둘을 나누기가 어려워졌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6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다. 7월 들어 ‘반값 할인’ 등 대규모 세일을 벌이고 있지만 매출 감소세는 여전하다. 이종훈 이마트 마케팅팀장은 “세일을 해도 할인 품목만 팔릴 뿐 전체 매출은 늘지 않고 있다”며 “추석마저 놓치면 연말까지 소비를 자극할 만한 계기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승호/이현동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