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해운 '톤세제도' 연장해야
사실상 섬나라와 다름없는 대한민국의 경제에 해운의 중요성은 막중하다. 수출입화물의 99.7%가 해상운송, 즉 바닷길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송되고 있다. 연간 350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한국 외항해운산업은 석유제품, 반도체, 자동차, 조선과 함께 5대 외화획득산업으로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이 30~50%에 이르는 조선과 반도체는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지만, 외항해운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4%에 불과해 앞으로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면 해운수입이 1000억달러에 이르는 등 미래 성장동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해운은 장치산업으로서 선박 1척이 1개 중소기업 규모의 매출액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주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해운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세계 5위 한국해운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세계 1위 머스크라인 등 경쟁선사들은 초대형 친환경 선박을 투입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선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LNG선이나 터미널을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톤세제도 연장, 해운보증기구 설립, 3자물류 활성화 등 외항해운업계의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는 일체 정지된 상태다. 최악의 경우 외항해운 존립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부터라도 외항해운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정책들을 착실히 추진해야 한다. 외항해운업계 현안 중 톤세제도의 연장이 시급하다. 해운업체가 운항한 선박의 톤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추정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톤세제도는 한국 해운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5년부터 시행해 왔다. 그러나 톤세제도는 올해 말이 일몰 시한이다. 톤세제도가 폐지되면 국적선사의 해외이적으로 국내 해운산업 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 톤세제도를 연장하든지 영구화하는 조치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까닭이다. 톤세제도가 연장되지 않아 국적선사의 해외이적이 이뤄지면 연간 25조원에 달하는 해운수입이 줄어든다. 해운산업의 기반 또한 붕괴돼 1만여명에 이르는 외항선원들이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된다.

톤세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고가인 선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톤세제도를 통해 절감된 자금을 사내에 유보한 뒤 선박확보에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톤세제도를 통해 확보된 선박으로 수출입항로에서 영업을 함으로써 외화획득에 기여하고, 정부에서도 안정적인 세원확보가 가능한 이점이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해운업은 경제발전의 주요 수단이고 국부를 축적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했다. 이처럼 해운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부창출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톤세제도의 연장은 해운업계 이익만이 아니라 한국 해운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톤세제도는 1996년 네덜란드가 도입한 이후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대만, 덴마크 등 세계 20여개 주요 해운국이 시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일몰제로 시행 중인 톤세제도가 유럽의 해운 강국에서는 영속적인 제도로 시행 중인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경쟁하는 해운산업의 특성상 국내에서만 통하는 시스템으로는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세계에 통용되는 해양안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해운세제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시급히 확립해야 한다.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가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해운업처럼 국제경쟁에 완전 노출된 산업은 안전, 법규, 정책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톤세제도는 영구 시행해야 할 것이다.

한종길 < 한국해운물류학회장·성결대 교수 ha025@sungkyul.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