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4.0%→3.8% 하향 조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향후 경기의 하방 리스크는 커지고 물가 상승 압력은 예상보다 약해졌다는 식의 견해다.

정부와의 정책공조 필요성도 시사했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4월 발표한 4.0%에서 3.8%로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연 기자설명회에서 "향후 성장경로상 하방 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정한 성장률 전망치를 밝혔다.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4.0%에서 3.8%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4.2%에서 4.0%로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의 경우 종전 2.1%에서 1.9%로, 내년 전망치는 2.8%에서 2.7%로 각각 내렸다.

이 총재는 하향 조정 이유에 대해 "세월호 사고 영향 이후 소비위축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총재는 간담회 내내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 점과 성장 회복세 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외 리스크는 다소 완화됐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생각지 못한 파급효과가 일반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길게 가는 상황"이라며 "이는 실제 지표로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낮췄지만 이 수준도 잠재성장률 수준에는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몇 번 언급한 듯이 하방 리스크가 크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면서도 세월호 참사 여파 등으로 마이너스 GDP 갭(실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이 축소되는 속도가 완만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금리 인상을 시사한 듯한 이전 발언에 대해서는 의미 부여를 축소했다.

이 총재는 "금리 방향은 인상이라고 수차 언급했으나 이는 4월 전망을 내놓을 때 장기적인 방향성이 그렇지 않겠느냐는 의미였다"며 "금리 인상 시그널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점차 높아지겠으나 상승 압력은 종전 예상에 비해 다소 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압력이 낮으면 금리를 내릴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재정당국과의 정책공조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과 정부는 각자 고유 기능이 있고 그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서로 방향이 어긋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상황을 공유하고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일관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인사청문회에서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정부와 한은이 추경과 금리인하로 정책공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이 총재 언급에 대해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성장률 전망치는 단기간에 급격히 조정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이 총재가 하방 리스크를 강조하면서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 총재의 발언이 반드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경기가 예상 외로 나빠질 수 있으므로 금리 변화에 대한 여지를 넓힌 수준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한은의 태도는 애매해서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정작 통화정책방향 공식 발표문은 크게 바뀐 부분이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에서는 위원 1명이 금리 동결이 아닌 다른 소수의견을 냈다.

금통위는 거의 매번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작년 5월 금리 인하를 앞두고는 금통위 위원들 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초롱 기자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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