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 유통시장 대세로] 브랜드 옷이 반값인데 이월상품이면 어때요
“백화점에서 사려면 최소 30만원은 줘야 하는 셔츠가 여기서는 15만원도 안 해요. 철이 좀 지난 상품이면 어때요. 50~70%씩 싸게 파는데 안 살 이유가 없죠.”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에서 만난 직장인 안영욱 씨(30)는 “띠어리 아르마니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옷도 부담 없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며 “백화점엔 안 간 지 오래됐지만 아울렛엔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온다”고 말했다. 3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이 아울렛의 주차장은 주말에는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꽉 찰 정도로 쇼핑객이 몰린다.

130만원짜리 가방, 아울렛에선 45만원

아울렛은 백화점에서 팔던 의류와 잡화를 30% 이상 싸게 판매한다. 출시된 지 오래된 상품일수록 할인 폭이 커진다. 출시 후 1년 지난 상품은 보통 50% 싸게 판매하고 3년 지난 상품은 90%까지 할인하기도 한다. 3개월 전 백화점에 깔렸던 상품도 아울렛에 오면 30% 이상 저렴해진다.

27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에서 페라가모 브리안나백 가격은 45만4300원으로 백화점(129만8000원)에 비해 65%나 저렴했다. 에트로 컬러아르니카 토트백은 49만원으로 백화점보다 53% 싸다.

아울렛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대부분 재고나 이월 상품이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의류업체들은 이월 상품이 아닌 아울렛용 기획 상품을 만들어 공급하기도 한다. 아울렛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10%가량이 아울렛용 기획 상품이다. 이런 상품은 가격은 싸지만 백화점에 들어갔다가 아울렛으로 넘어온 상품에 비해 원단의 품질 등이 떨어질 수 있다.

시장 규모 10조원대로 성장

아울렛의 시초는 의류업체들이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공장 주변에 만든 창고형 매장이다. 1930년대 미국 신발회사 덱스터가 불량품과 재고를 공장 근로자들에게 싸게 판매한 것이 최초의 아울렛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1994년 서울 당산동의 ‘2001 아울렛’이 효시다. 2000년대 들어 마리오아울렛과 W몰 등이 서울 가산동에 잇따라 들어서면서 이 지역이 아울렛 중심지로 떠올랐다. 가산동은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아울렛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백화점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아울렛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신세계는 2007년 미국 아울렛 전문기업인 사이먼프로퍼티와 합작사 신세계사이먼을 설립, 경기 여주시에 매장을 내면서 아울렛 시장에 진출했다. 신세계사이먼은 경기 여주시와 파주시, 부산 등 세 곳에서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와 전남 나주시 등에 추가 출점을 추진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광주월드컵점을 내면서 아울렛 사업을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의 국내 점포 43개 중 10개가 아울렛이다. 경기 고양시, 광명시, 구리시, 부산 등에 올해 중 추가로 아울렛을 열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가산동 하이힐을 ‘현대아울렛 가산점’으로 이름을 바꿔 위탁 운영하기로 하면서 아울렛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복합 쇼핑·문화 공간으로 진화

아울렛은 단순한 ‘할인판매 채널’에서 벗어나 극장 등 문화시설과 전문식당가까지 갖춘 ‘복합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에는 의류 매장 외에 롯데시네마가 있고 사보텐, 스쿨푸드 등 30여개 식당이 있다. ‘프리미엄 트레인’이라는 기차가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고 뽀로로 키즈카페 등 어린이 놀이시설도 운영한다. 이장화 롯데백화점 영업3본부장은 “쇼핑과 동시에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가족단위 테마파크형 아울렛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키즈카페, 미니트레인, 회전목마 등을 갖췄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아울렛에는 해외 명품 브랜드가 다수 입점해 있다. 신세계사이먼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는 구찌 디올 버버리 보테가베네타 등 45개 명품 브랜드 매장이 있다.

신세계사이먼 관계자는 “아울렛은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한번 방문하면 4~5시간씩 머무는 고객이 많다”며 “1인당 구매금액도 백화점의 2배가량 된다”고 말했다.

유승호/이현동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