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처럼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된 시대’에 있어서는 각종 위험지수의 변동성으로 증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기법이 자주 활용된다1.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장은 ‘大침체기(great recession)’와 ‘大안정기(great stabilization)’가 반복됨에 따라 이제는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하이먼-민스키의 리스크 이론에 최근 상황을 적용해 보면 종전의 이론과 기법으로 예측할 수 없는 ‘테일 리스크(tail risk)’가 자주 나타나는 ‘팻 테일 리스크(fat tail risk)` 장세가 된다는 의미한다. ‘팻 테일 리스크’란 정규분포에서 유래돼 꼬리가 살쪄 두터워지면 평균에 집중될 확률이 그만큼 낮아지고 이를 통해 예측하면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용어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제2차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 추진 이후 재차 ‘大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2009년 2분기 이후 약 2년 동안 지속됐던 ‘1차 大안정기’와 달리 최근에는 각종 공포지수가 안전지수라 불리울 만큼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위기의식이 급속히 사라졌다.







이 때문에 ‘2차 大안정기’ 이후 ‘2차 大침체기’가 언제 올 것인가에 대한 예상과 경고가 위기 관리 등 다양한 각도에서 관심이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현상이 6년전 금융위기 직전을 연상케 한다’며 조만간 증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이 대폭발이 올 것이라는 이른바 ‘폭풍 전야설’을 경고한다.









길게 보면 최근과 같은 현상은 리먼 사태 이후 국제금융시장이 롤러코스트로 비유될 만큼 기복이 심했던 추세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리먼 사태 직후 국제금융시장은 ‘大침체기’라고 불릴만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9년 2분기 이후 2011년 7월까지는 ‘大안정기’라고 불릴만한 회복기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08년 9월 리먼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자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경기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어느 누구도 많은 나라들이 그토록 빠른 속도로 큰 폭의 경기침체를 겪게 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경기가 같은 해 2분기를 저점으로 그 후 그토록 빨리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던 기관과 사람도 많지 않았다2.









그 후 세계경기와 글로벌 증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시기에도 주요 예측기관들은 앞서 예측하기보다는 뒤늦게 수정하기에 바빴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이제 예측주기가 ‘연간 혹은 반기’에서 ‘분기’로 단축해서 예측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경기나 주가 예측의 무용론이 제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최근 들어 각종 공포지수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2차 大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국채시장에서 위험성과 변동성을 나타내는 빅스(VIX)와 시빅스(CVIX?Currency Volatility Index), 무브(MOVE?Merrill Option Volatility Estimate)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금리, 외평채 가산금리 등 우리나라의 해외시각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도 사상 최저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이제는 공포지수가 아니라 안전지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위기의식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것이 대내외 금융시장 현실이다.







‘1차 大안정기’와 달리 ‘2차 大안정기’가 찾아온 가장 큰 이유는 각국 중앙은행의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돈)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QE)로 상징되는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으로 절대적으로 돈이 많아졌다. 특히 올해 6월에 열렸던 유럽중앙은행(ECB) 회의를 계기로 ‘마이너스 예치금리제’까지 도입되는 등 추가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이 발표됐다.







공포지수의 추락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기조가 특정시점에 바뀔 때에는 위험성과 변동성이 다시 확대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세계경기와 글로벌 증시가 ‘大침체기’가 다시 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다시 월가를 중심으로 ‘차기 위기 가능성과 진원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위기극복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대침체 혹은 혼란기가 어느냐 ‘애프터 클라이시스(After Crisis)’를 얼마다 잘 극복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대안정기 이후 대침체기가 오느냐는 이 문제에 대한 대응과 극복정도에 따라 위기국면의 지속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종전의 경험이다.







미국 주가가 연일 사상최고치 행진을 지속하는 속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애프터 클라이시스’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보면 두 가지 현안이 가장 큰 관심사로 대두돼 왔다. 하나는 브라운식 방식(1930년대 루즈벨트 방식)으로 비상사태에 준하는 위기극복 대책을 추진한 선진국들은 재정위기와 국가채무 문제가 이미 재정위기 형태로 가시화됐다.







또 다른 하나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기 충격이 덜했던 신흥국들은 선진국들의 위기극복 과정에서 유입됐던 과다 유동성에 따른 후유증 처리가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5월말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총재가 출구전략을 언급한 이후 대규모 자금이탈에 시달렸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애프터 클라이시스`가 심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경기회복과 위기극복을 지나치게 낙관해 금리인상 등의 긴축기조로 성급하게 돌아서면 모처럼 어렵게 돋은 싹(green shoots)을 다시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yellow weeds)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물경기가 회복되는 데에는 불안요인이 해소되거나 실물경기가 회복국면에 깊숙히 진입한 후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위기가 완전하게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기에 출구전략을 추진하면 국제금융시장이 ‘大침체기’가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 미국에서는 조기 금리인상 문제를 놓고 논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 가운데 재닛 앨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계속해서 금융완화기조를 재천명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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