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노트] 용인 서킷에 바란다…모터스포츠 성지 부활시켜야
"모터스포츠를 대중화시키기 위해선 용인 서킷이 문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자동차 업계 관계자)

"자동차 경주 대회를 유치하는 것 외에 다른 방식으로 모터스포츠 활성화에 기여하려고 합니다."(삼성에버랜드 관계자)

용인 스피드웨이와 자동차 업계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업계에선 용인 서킷이 자동차 경주장으로 활용되길 기대하고 있지만 서킷을 운영하는 삼성에버랜드 측은 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용인 스피드웨이는 1995년 국내 유일의 자동차 경주장으로 출발했다. 2009년에 확장 공사로 운영을 중단했다 지난해 7월 다시 문을 열었다. 트랙 길이가 국제 경기를 개최할 수 있는 수준인 4.5km까지 늘어나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11일에는 포르쉐코리아가 2014 월드로드쇼를 앞두고 미디어 초청 행사를 열었다. 외부 공개를 꺼리는 용인 스피드웨이가 재개장 후 미디어 공식 행사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자가 직접 경험한 용인 서킷의 가장 큰 장점은 지리적 위치다. 서울에서 차로 3~5시간을 달려야하는 강원도 인제나 전남 영암 서킷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경기도 북부인 의정부에서 출발해도 1시간 반이면 충분한 거리다.

서킷 구성과 관리도 만족스러웠다. 코너링 구간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끼고 있어 인제 서킷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포르쉐 독일 본사 관계자는 "재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시설도 깨끗하고 서킷 관리가 잘돼있더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서킷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만큼 문턱을 낮췄으면 하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기업이 소유한 곳이다 보니 행사 유치가 까다로운 편" 이라며 "서킷 관리도 고려해야겠지만 선택권이 제한적인 업계 입장에선 아쉽다"고 토로했다.

국내 자동차 경주장으로는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과 인제 스피디움, 태백 레이싱파크가 있다. 영암은 수도권과 먼 거리가, 태백은 작은 규모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인제의 경우 운영원 다툼으로 각종 경기 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용인 서킷에 대한 완성차 업계의 구애가 뜨겁다. 모터스포츠 업계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경주 대회를 용인에서 열 경우 수도권 관객을 끌어들 수 있기 때문. 거듭된 흥행 실패로 올해 영암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무산되면서 용인 서킷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 측은 자동차 경주 대회용으로 서킷을 사용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시승 행사나 신차 발표회 등을 유치할 방침이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부대시설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계획은 없다" 며 "업계 행사를 중심으로 운영해도 초청된 일반인들이 서킷을 즐길 수 있어 나름의 방식으로 모터스포츠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인 삼성이 운영하는 서킷이라 영역을 확장하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스피드웨이가 대회를 열면 모터스포츠 관련 행사가 용인에 몰리는 등 지방 서킷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며 "지역 상생이나 균형 발전 측면에서 맞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귀띔했다.

삼성에버랜드 측은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한 역할보단 삼성이란 '이름'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관련 산업이 한참 뒤쳐진 상황에서 지역 서킷의 균형 발전을 앞세우는 것은 지나친 기우다.

모터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모터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 라며 "국내 서킷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 자동차 문화의 선진화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인 서킷이 자동차 경주 대회를 유치하거나 일반인들에게 문턱을 낮춰야 모터스포츠와 국내 서킷의 동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모터스포츠의 씨앗을 틔운 용인 스피드웨이가 꽃을 피우길 기대한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