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유소협회 소속 3000여개 주유소가 오늘 하루 동맹휴업을 벌인다. 전국 1만2000여개 주유소 네 개 중 하나꼴이며 자영주유소의 75%에 해당한다. 7월부터 석유제품의 구입 및 판매내역을 주간 단위로 보고하라는 정부 방침에 반발해서다. 가짜 석유를 근절한다며 기존에 월 단위로 한국석유관리원에 보고하던 것을 주 단위로 제출토록 하자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주유소 업계는 정부에 거래내역을 제출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그것도 매주 내라는 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반면 정부는 탈세와 가짜석유 유통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생각건대, 지난 몇 년간 정부의 유가 정책은 한마디로 민간의 자율과 경쟁을 무시한 반시장적 강압의 연속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말로 정유업계와 주유소를 뒤졌지만 별 소득이 없자 정부는 업계를 종용, 반강제적으로 유가를 끌어내렸다. 이어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알뜰주유소를 만들었지만 가격이 별로 싸지도 않은 데다 가짜 석유를 파는 알뜰주유소까지 등장했다. 알뜰주유소를 셀프주유소로 유도하는 과정에서는 수많은 일자리까지 없앴다. 어설프게 시장에 자꾸 개입한 결과 유가도 못 내리고 시장 질서만 무너뜨린 꼴이 됐다.

물론 가짜 석유 문제는 심각하다. 유난히 싼 주유소는 가짜를 판다고 보면 틀림없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일 정도다. 하지만 이 문제는 원가구조가 뻔한데 주유소만 쥐어짜온 정부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많다. 탈세 역시 심각하다. 그러나 탈세는 국세청이 걱정할 문제지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설 일은 아니다. 탈세 때문이라면 국세청은 모든 기업의 장부를 주 단위로 제출받아야 한다. 주간보고를 받는다고 가짜 석유가 근절될지도 의문이다.

사실 민간기업의 장부를 정부가 맘대로 들춰보겠다는 생각부터가 잘못이다. 주유소가 무슨 공공기관도 아니고 범죄집단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주 단위 거래내역을 제출하라는 건가. 현재 제출 중인 월 단위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매년 수백개의 주유소가 문을 닫는다. 무분별한 규제와 시장개입으로 주유소 업계는 지금 공멸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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