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업체들이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원재료인 쌀값 인상과 막걸리시장의 침체로 인한 각 업체의 실적 악화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점유율 40%로 업계 1위인 서울탁주는 다음달 1일부터 일부 제품의 출고가를 9~14% 올린다. 이를 위해 최근 관련 내용을 담은 공문을 대형마트에 보냈다. 대표 제품인 ‘국내산 쌀 장수 생 막걸리’(750mL)는 1190원에서 1300원으로 9.2%, ‘국내산 월매 쌀막걸리’(1L)는 1350원에서 1500원으로 11.1% 오른다.
적자 속 가격 올리는 막걸리 업체들…왜?
앞서 국순당은 지난 1일부터 대형마트 판매가를 최대 22.7% 인상했다. ‘대박 생막걸리’(700mL)가 990원에서 1150원으로 16.2%, ‘우리쌀로 빚은 막걸리 페트’(750mL)는 1100원에서 1350원으로 22.7% 올랐다. 배상면주가도 지난달 1일부터 ‘느린마을 막걸리’(750mL)의 가격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25% 인상했다.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원재료인 쌀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에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지난 3월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쌀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며 “쌀을 비싸게 사오기 시작하면서 비용이 2~3배 올랐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에서는 막걸리 업체들이 ‘수요가 줄면 가격이 떨어지는’ 시장원리와 반대되는 결정을 한 데는 기존 막걸리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막걸리 애호가들은 가격을 올려도 쉽게 주종을 바꾸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은 가격 인상이 수익성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막걸리시장의 침체가 가격 인상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때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막걸리는 이들이 수입맥주, 보드카 등으로 옮겨 가면서 소비량이 크게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막걸리 소비량은 36만6470kL로, 2011년(40만8248kL)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 소비 부진의 여파로 서울탁주 계열사인 서울장수는 지난해 매출이 30.4% 급감했다. 국순당의 막걸리 매출은 2012년 610억원에서 지난해 361억원으로 40.8% 줄었다. 영업이익은 올 1분기 5억원 적자 전환했다.

막걸리 주요 판매처 중 하나인 대형마트 주류 담당자들은 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금도 막걸리는 유통기한 내에 소진되지 않아 폐기하는 물량이 계속 늘고 있는 품목”이라며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이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은 롯데마트 상품기획자는 “막걸리 업체의 부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춘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며 “업체들이 함께 협회 등을 만들어 공동 연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