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모바일 강자 카카오의 책임
“카카오가 모바일 상품권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저희뿐만 아니라 30~40여개의 작은 대행 업체들까지 폐업 위기에 몰렸습니다.”

한 대기업 계열사 모바일 상품권 담당 임원의 탄식이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지난 3년간 함께 모바일 상품권 사업을 펼쳐온 4개 업체(SK플래닛, CJ E&M, KT엠하우스, 윈큐브마케팅)와 계약을 끊고 혼자서 모바일 상품권 사업을 운영키로 결정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스타벅스 음료 교환권’ 같은 상품권을 선물로 주고받는 사업을 말한다.

카카오 측은 이용자들에게 더욱 편리한 환불 절차를 마련하라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권고에 따라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다른 업체가 끼게 되면 환불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이유다.

하지만 모바일 상품권 업체들은 처음엔 같이 시장을 키워보자며 먼저 손을 내밀던 카카오가 시장이 충분히 커지자 잡았던 손을 뿌리치는 것에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한 협력회사 임원은 “3개 참여 업체가 대기업 계열이라고 하지만 모바일 상품권 생태계 안에는 같이 협력하는 중소기업들도 많다”며 “카카오는 스스로 만든 생태계에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지난 4월부터 독자 사업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스템 구축 등 준비가 덜 갖춰지면서 오는 7월로 독자 사업 일정을 늦춘 상태다.

카카오에 대한 협력업체 불만이 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카카오를 주시하고 있다. 카카오가 전방위적으로 ‘카카오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지만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듯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공정위는 오는 6월부터 시작할 조사 계획에 카카오 게임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여부도 포함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을 장악한 카카오가 높은 수수료를 챙기면서도 혜택을 돌려주는 데는 인색하다”며 “관련 업체들이 탄원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추정 시가총액이 2조원에 달한다. 더 이상 벤처기업이 아니다. 내년 5월엔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그런 만큼 당장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할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

임근호 IT과학부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