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절실한 안전 시스템
청구되는 비용은 기꺼이 지불해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 만들어야"

조명현 < 고려대 교수·경영학·객원논설위원 chom@korea.ac.kr >
[시론] 안전은 공짜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이 돼가고 있다. 사고 이후 밝혀진 사실들을 보면, 우리 기성세대가 그린 현재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인 것 같아서 어린 희생자들에게 더욱 미안하다. 안전경시의 사회풍조, 작동되지 않는 관료제, 사명감과 책임감이 결여된 직업인, 탐욕에 물든 일부 기업인, 부실한 국가안전 시스템 등 어디서부터가 문제인지를 알 수 없는 총체적 문제로 인해 세월호는 저 깊은 바다 속으로 무고한 생명들을 안고 침몰한 것이다.

이번 참사는 한국이 비록 경제 분야에서는 세계 10위권을 자랑하는 선진국이지만 나머지 분야는 아직도 후진국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엔 기필코 우리 사회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특히 안전과 관련해서는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할 것이다. 과거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때처럼 ‘그때만’ 모면하고 이후엔 다 잊어버리는 식의 반복은 절대 안될 일이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제대로 된 안전시스템 구축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일상의 삶에서 불편을 가져오거나 금전적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안전한 사회라는 총론에는 찬성하더라도 개인적으로 그 비용이 청구되면 망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국민 모두가 이런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데에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 이런 안전시스템 구축은 가능할 것이다.

그럼 어떤 비용을 우리가 감내해야 할 것인가? 다음의 사례를 보면 명확해진다. 세월호 참사 직후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 광역버스 운행업체에서 입석승객의 안전사고를 우려해 입석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 이전에는 법 규정에 고속도로 운행버스의 입석 불허가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객불편 최소화라는 명분 아래 버스회사는 입석을 허용했고 경찰은 최소한의 형식적 단속만을 해왔다.

하지만 입석 불허라는 버스회사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승객안전 조치가 취해진 첫날,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많은 직장인이 지각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승객들이 버스회사에 거세게 항의하고 뉴스에 보도되는 등의 소동이 벌어졌고, 버스회사와 경찰은 당분간 입석을 허용하면서 해결책을 찾겠다는 식으로 미봉했다.

이 사례는 안전에 관한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조치에 대해 사회가 아직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안전의 대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은 정류장에서의 오랜 기다림이다. 증편 운행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그 비용은 높아진 요금이 될 것이다. 버스회사 입장에서는 전체수입은 변한 것이 없지만(승객이 늘어난 것이 아니므로), 비용은 늘어나(새 버스 구입비용과 운영비용)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버스요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증편은 해야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 때문에 요금인상은 허용되지 않는다면, 즉 안전비용 지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이윤을 내려는 버스회사는 중고차를 사서 운행하면서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자격미달 저임금 운전기사를 고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 결과 안전사고의 위험은 높아질 것이다. 우리가 정류장에서의 기다림 없이 안전한 출퇴근길을 원한다면 그 대가를 기꺼이 지불해야 한다. 공짜는 없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로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비용을 지불하는 데 인색하지 말자. 그리고 뒤늦게 이렇게나마 한국 사회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세월호의 어린 희생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덜 미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성세대의 염치없는 생각을 해 본다.

조명현 < 고려대 교수·경영학·객원논설위원 cho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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