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김종준 하나은행장(사진)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김 행장의 추가 연임은 불가능해졌다. 징계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하나은행은 큰 충격에 빠졌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치적인 사유로 은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이 중징계받은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재직 중의 경영적인 판단을 문제 삼은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예전과는 다른 금융당국의 의지가 읽힌다”고 말했다.

○“서류 조작해 저축銀 부당 지원”

금감원은 17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저축은행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김 행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 징계 방침을 결정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는 금융위원회 의결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날 열린 심의를 통해 확정된다. 하나캐피탈의 저축은행 투자와 관련해 검토를 지시하고 보고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주의적 경고 상당’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하나캐피탈은 기관 경고를 받게 됐다.

김 행장이 이례적으로 중징계를 받은 것은 부실 저축은행을 부당 지원한 사항 때문이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해 60억원 안팎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금감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하나캐피탈은 미래저축은행에 돈을 내주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하지도 않은 채 사후 서면결의로 의사결정을 대신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캐피탈은 관련 서류까지 조작한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구속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돕기 위해 하나캐피탈이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캐피탈이 자본잠식 상태였던 미래저축은행에 회사 순익의 30% 이상인 145억원을 서류까지 조작해가면서 지원한 것은 명백한 중징계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행장 리더십 ‘타격’

하나은행은 ‘패닉’ 상태다. 김 행장의 소명을 통해 징계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다. 김 행장 측은 그동안 △당시 미래저축은행이 충분히 정상화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상업적인 투자 결정을 내렸고 △투자금의 최대 5배에 달하는 담보물을 설정해 리스크를 없앴다는 점 등을 들어 적극 소명을 해 왔다. 외부 요인에 의한 부당 지원이 아닌 상업적인 투자였으며 결과적으로 손실이 난 것일 뿐이란 주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불복도, 승복도 할 수 없는 상황 아니냐”며 침통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중징계 조치로 김 행장은 당장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법규상 당장 사퇴할 필요는 없지만 임기가 제한돼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어서다.

일단 문책 경고를 받게 됨에 따라 내년 초 추가 연임은 불가능해졌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중징계(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 가운데 수위가 가장 낮은 문책경고를 받더라도 연임할 수 없으며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김 행장은 2012년 3월 은행장으로 취임해 올초 다시 1년간 임기를 보장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행장 스스로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결국 용퇴를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과거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자 스스로 사임한 바 있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2010년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 손실과 관련해 중징계가 예상되자 임기를 3개월 남기고 물러났다.

김 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놓고 금융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무리한 결정을 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캐피탈의 자금 지원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나 편법적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현직 은행장을 중징계할 만큼의 사유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융권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해선 은행장이라도 일벌백계 차원의 제재가 이뤄지는 게 맞다는 의견도 많다.

장창민/박한신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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