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업무에 소송 부담도
대학 CPA준비반 정원 미달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커지고 있고 수입도 많지 않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작년 대형 회계법인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한 회계사는 회계사의 처우가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빅4 회계법인(삼일·안진·삼정·한영)’에 소속된 10년차 회계사는 “평일 새벽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등 과거에 비해 업무 강도가 두 배 세진 데 비해 임금은 수년째 동결됐다”고 말했다. 회계사 초봉은 3800만원 정도로 삼성전자 초봉(4000만원대)보다 낮아졌다. 1990년대에는 회계사 초봉 4000만원, 삼성전자 초봉 1800만원이었다.

공인회계사 공급은 과잉인데 회계법인 시장은 장기 침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2004년 5000여명 수준이던 회계사 수가 지금은 1만6000여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회계법인의 신규 채용은 줄고 있다. 작년 빅4 회계법인은 신입 회계사를 전년보다 31.5% 감소한 650명 채용했다. 명문대 출신 회계사 수도 감소세다. 2003년 CPA 에 합격한 서울대 출신은 148명이었으나 올해 1차 합격자는 60명에 불과했다. 서울 한 사립대 교수는 “CPA를 준비하는 경영학과 학생 비중이 예전엔 절반에 달했지만 최근 10%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소재 A대학은 매년 엄격한 입실시험을 통해 공인회계사준비반을 선발하고 있다. 작년 3월엔 입실 지원 인원이 정원(20~30명)에 미달해 시험 없이 응시자 전원이 입실하기도 했다.

회계법인 내 감사본부에 대한 기피도 심해지고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본부에 있는 회계사들이 세무나 재무자문 부문으로 빠져나가길 희망해 순환보직비율에 제한을 둘 정도”라고 말했다.


과거 회계법인 업계에선 입사 2년차에도 이직이 가능했으나 최근 회계사가 흔해지면서 5~7년차에 가서야 이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회계법인 임원을 그만두고 회사를 차린 한 회계사는 “회계사가 일반기업체에도 너무 많아져서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의 전문 능력이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 회계법인 대표는 고객 기업의 대리급 직원 결혼식에도 직접 참여해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등 ‘을’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하수정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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