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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회계사 줄소환…'기업 분식' 회계사 책임 범위 논란
"회계부정 다 찾아내라니…무리" vs "책임 늘려 투자자 보호 당연"

저축銀·동양·STX…부실감사 논란 확산
형사 처벌에 100억원대 손해배상 판결도
정부, 6월부터 부실감사 회계사 처벌 강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달 초 삼정KPMG 소속 회계사 두 명을 전격 소환했다. STX그룹의 2조원대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 STX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인 이들 회계사를 이례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라고 밝혔지만 “부실 감사의 개연성이 인정되면 처벌할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자본시장 파수꾼’으로 불리는 공인회계사(CPA)들이 ‘소송 공포’에 휩싸였다. 부산저축은행 동양그룹 쌍용자동차 STX 효성 등 곳곳에서 터진 회계 조작 스캔들로 회계사들이 검찰에 줄소환되고 있어서다. 불황이 심해지면 회계 부정 유혹에 넘어가는 기업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업과 회계사의 유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기업이 마음먹고 회계 부정을 저지르면 수사권이 없는 회계사들은 당할 수밖에 없다고 회계업계는 항변한다. 회계사의 감사 책임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제는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회계법인 '소송 공포'에 떤다

최근 대법원 판결은 회계업계에 충격을 줬다. 대법원은 부산저축은행 감사를 맡은 회계사들에게 부실 감사를 눈감아줬다는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미필적 고의’(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위를 하는 것)에 의한 부실 감사를 처벌한 것도, 회계사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도 모두 처음이다.

회계법인 '소송 공포'에 떤다

민사상 책임 요구도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삼일회계법인이 상장폐지된 포휴먼 투자자 137명에게 140억원을 배상하라고 작년 11월 판결했다. 부실 회계를 가려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딜로이트안진은 쌍용차 회계 조작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음에도 민사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회계업계에선 회계 투명성에 대한 기업인들의 인식이 강하지 않은 한국적 현실에서 회계사 책임만 강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한 회계사는 “수사권 없는 회계사에게 기업 회계부정을 들춰내라는 요구는 무리”라며 “탐정이라도 돼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감사인의 역할은 기업이 회계기준에 맞춰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감사’하는 것이지, 기업의 부정을 ‘적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회계업계에선 감사인이 기업 측에 속아 분식을 적발하지 못한 최근 사례로 ‘포휴먼 사건’을 든다. 2010년 3월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곽모씨는 당시 포휴먼 대표 이모씨와 일본 포휴먼 자회사 실사에 나섰다. 곽씨가 안내받은 건물에는 포휴먼재팬이 매연저감장치를 납품했다는 신명화오토엔지니어링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가 일본인 직원과 명함을 주고받으며 포휴먼의 납품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포휴먼은 가짜로 납품실적을 만들어 매출을 부풀리고, 감사인까지 감쪽같이 속였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 대부분이 부실 회계와 관련해 민·형사상 소송에 걸려 있거나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고 있다”며 “소송 리스크가 커지자 회계사들은 감사업무를 기피하거나, 아예 회계법인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업계의 이 같은 항변에 이제는 감사인의 책임을 강하게 물을 때가 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회계업계가 ‘을(乙)’의 입장이라 일감을 주는 기업의 회계가 적정한지 철저하게 따지기 쉽지 않다는 현실론은 국내 회계 투명성을 개선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회계 투명성 지표가 추락하고 기업들의 회계조작이 잇따르고 있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최관 성균관대 교수는 “재무제표는 기업이 만들기 때문에 회계부정의 1차 책임은 기업과 경영진이 져야 한다”면서도 “감사인이 기업과 공모했거나 뇌물수수 등 비리가 있을 땐 지금보다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권추 금감원 회계총괄팀장은 “경기가 악화되면 기업들이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분식 유혹에 빠질 위험이 크다”며 “회계업계가 회계부정 의혹에 적극 대처하고 감사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회계감리와 제재를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6월부터 감사보고서를 부실하게 작성한 회계사에 대한 처벌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올해 재무제표 감리 대상을 지난해보다 23% 늘리고 건설·조선·해운·시스템통합(SI) 기업의 장기공사계약 수익 인식 등에 대해 기획감리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한국에 비해 회계분식에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고 강도 높은 처벌을 가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회계부정 사건은 2001년 엔론 분식 사태다. 미국 재계 7위, 직원 2만여명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 엔론은 5년간 파생상품 투자로 입은 손실 15억달러를 회계 장부에 넣지 않고 투자자를 속인 것이 드러났다.

당시 최고경영자(CEO)인 제프리 스킬링이 24년형을 선고받았다. 엔론의 감사인이었던 아서앤더슨은 71억8500만달러라는 역사상 최고 합의금을 물며 100년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아야 했다.

엔론 사태 이후 미국은 2002년 회계부정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사베인스 옥슬리 법’을 도입했다.

하수정/정소람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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