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의 하우스맥주 전문점 ‘라일리스 탭하우스’에서 직원이 네 종류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샘플러를 들어보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 이태원의 하우스맥주 전문점 ‘라일리스 탭하우스’에서 직원이 네 종류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샘플러를 들어보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제주감귤 껍질을 넣어 만든 맥주입니다. 처음엔 달콤한 향이 나고 끝맛은 쌉쌀해요. 저희 가게에서 최고 인기 메뉴입니다.”

지난 10일 저녁 서울 이태원의 하우스맥주 전문점 ‘라일리스 탭하우스’. 낯선 이름의 맥주 수십 종이 빼곡히 적힌 메뉴판을 받아든 손님들이 고민에 빠지자 직원들이 맥주마다 담긴 ‘스토리’를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곳은 일반 맥줏집에선 찾기 힘든 30종의 생맥주를 파는 전문점이다. 계절마다 맥주 종류도 조금씩 바뀐다.

테이블 20개가 있는 이 점포엔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이 찾는데, 젊은이들이 몰리는 주말 저녁엔 빈자리가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인기다. 낯선 메뉴에 호기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추천받아 마셔보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하우스맥주란 ‘카스’ ‘하이트’처럼 대량 생산하는 맥주와 달리 소규모(연 60~300kL) 제조설비에서 만든 맥주를 말한다. 독특한 제조법으로 개성 있는 맥주맛을 낼 수 있다는 게 하우스맥주의 최고 매력이다. 기업으로 치면 ‘벤처’ 같은 맥주인 셈이다.

이태원은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하우스맥주의 성지’로 꼽힌다. ‘크래프트웍스 탭하우스’ ‘맥파이’ ‘더 스프링스 탭하우스’ ‘사계’ 등이 성업 중이다. 맥주에 꽂힌 국내외인들이 의기투합해 동업하는 경우가 많다. 라일리스 탭하우스의 강현석 매니저는 “처음 문을 연 2012년 여름만 해도 주변에 하우스맥주 전문점이 많지 않았는데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우스맥주점 연합체인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 차보윤 회장은 “소규모 맥주 사업자를 옥죄던 세금 부담과 각종 규제가 다소 풀리면서 하우스맥주의 성장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면서 “현재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수점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5% 정도로는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 하우스맥주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미국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로빈 오타웨이 사장은 “한국 맥주 시장은 20여년 전 미국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라거만 마시던 소비자들이 보다 다양한 맛에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이다.

임현우/이현동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