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원·달러 환율
장중 1031원 급락…한은총재 '환율 쏠림' 발언에 1040원 방어

10일 외환시장은 하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특히 이날 외환시장에선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입’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원40전 내린 1035원으로 출발했다. 전날 심리적 방어선으로 간주되던 1050원 선이 붕괴된 데 이어 이날은 1040원 선마저 속절없이 무너진 것. 개장 후 20분가량 지난 뒤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정책금융국장은 오전 9시20분께 “외환시장의 단기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 효과도 없었다. 10시14분께 환율은 1031원40전까지 밀렸다. 외환딜러들 사이에선 “1030원 선마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이날 환율 급락은 전날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개한 ‘3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서 양적완화의 조기 종료 가능성이 낮아진 영향이 컸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분간 달러 약세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달러 대비 원화값이 급등(환율 하락)했다”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가운데 외환당국의 환율 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외환시장의 풍향이 바뀐 것은 금통위 직후 이 총재가 언론 브리핑에 나서면서다. 이 총재는 오전 11시40분께 “원화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쏠림 현상이 심화된다면 시장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환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결국 전날보다 1원20전 내린 1040원20전에 마감하며 1040원대를 유지했다.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가 등장하면서 환율 상승에 힘을 보탰다. 외환시장 딜러들은 “이 총재의 발언으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달러 약세 분위기가 퍼져 있는 가운데 한국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분간 환율이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부 딜러들 사이에선 올해 환율이 상반기 1010~1030원대에서 움직인 뒤 연말에는 1000원 선 근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이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소비자들의 소득이 높아져 (환율에 의한) 가격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며 “수입품 가격이 다소 올라도 품질이 좋다면 구매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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