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규제혁파 다음 프로젝트
행복이란 무엇인가. 독일 철학자 칸트는 세 가지를 얘기했다. 일을 하고 있을 것, 누군가를 사랑할 것, 그리고 일에 희망을 가질 것 등이다. 사랑의 문제를 빼면 일과 희망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일자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주도하고 있는 규제혁파는 중소기업인들에겐 희망의 메시지다.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진다면 이제 일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긴다. 문제는 규제가 여전히 큰 얘기란 점이다. 기업경영이 활성화되는 물꼬가 터지는 것일 뿐 일반 직원들이나 국민들이 실감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나라 경영 초점을 일자리로

이왕 정국주도권을 잡은 김에 이 기회에 더 몰아붙일 필요가 있다. 일자리를 중심으로 하되 첫 직장에 들어서는 대학졸업생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일자리가 대학문제와 결합되면 아주 복잡해진다. 기업의 취업문은 열어야 하지만, 대학입학문은 점차 닫아야 하는 정부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잡고 있는 방향은 일률적인 대학정원 줄이기 방식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조건 대학정원 줄이기 같은 방식으로는 해결책이 없다. 취업을 잘 시키는, 그것도 기업과 잘 연계해 기업도 성장시키고 학생들도 취업시키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핵심적인 해결책이 산학협력을 장려하는 일이다. 산학협력의 요체는 대학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기업과 함께 길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박 대통령의 방문으로 유명세를 탄 독일 드레스덴은 통일 이전에는 동독에서조차 가난에 찌든 볼품 없던 공업도시였다. 이 도시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독일 정부가 통독 이후 상징적 발전 모델로 삼기 위해 산·학·연 클러스터로 집중 육성한 덕분이었다. 드레스덴공대, 프라운호퍼연구소 등의 산·학·연 협력 시스템이 이 도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희망을 갖게 했다. 이런 사례를 만들어 가야 한다.

대졸실업 산학협력이 열쇠

현실은 어떤가. 수도권 밖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구인난을 호소한다.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산학협력에 의지가 있는 대학이 나서야 풀 수 있는 일이다. 그러려면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애로기술을 해결해 주는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대학을 키워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문대 이상 대학 졸업생은 55만5000 명이다. 그러나 직장을 잡은 졸업생은 59.3%밖에 안 된다. 어림잡아 지난해에만 22만3000명의 대졸 실업자가 발생한 셈이다. 교수들이 동문들을 찾아다니며 취업 부탁을 하는 것은 이제 너무 흔한 풍경이다. 그나마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63만명 수준인 고교 졸업생 수는 2019년에 53만명, 2023년에는 39만명으로 줄어든다. 대학 스스로 생존의 문제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졸업생들을 챙길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대학 부실화를 걱정하는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 방안으로 정원 감축이라는 칼을 빼들고 있지만 대졸 일자리 문제를 생각하면 악영향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일자리, 특히 대졸자들을 위한 직장은 미스매치가 핵심이었던 만큼 외부에서 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시장원리에 맡기는 게 낫고 산학협력 잘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