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가기 좋은 국내 산
예년보다 날이 일찍 따뜻해지면서 나무들도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뜨려 버렸다. 이미 산들은 꽃대궐을 차렸다. 벚꽃, 산수유, 진달래 등의 꽃잔치가 눈부시다. 예전 같으면 군락을 지어 피다 말다 할 꽃들이 올해엔 마치 산을 점령하듯 피어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꽃내음 물씬 풍기는 봄, 눈과 코와 가슴이 호강하는 산으로 떠나자.

영취산-진달래 사태진 분홍빛 주단

전남 여수에 있는 영취산은 510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진달래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해마다 4월이면 영취산은 마치 분홍색 주단이 깔린 것처럼 화사해진다. 영취산에는 30~40년생 진달래 수만그루가 33만여㎡에 걸쳐 자생하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축구장 140여개 정도의 넓이라고 한다.

진달래 군락지는 크게 4곳이다. 영취산 서쪽에는 정상 군락지가 있고, 동쪽으로는 개구리 군락지, 가마봉 쪽에 골망재 군락지, 골망재 가기 전에 만나는 돌고개 군락지 등이다. 영취산 진달래 군락지로 가는 산행코스는 1~3시간 걸리는 3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초행길인 경우 대개 흥국사에서 시작하는 코스를 택한다. 진달래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으면 흥국사에서 봉우재를 거쳐 정상에 오른 뒤 450m봉을 거쳐 상암동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좋다. 정상에 오르면 군용 초소와 산불 감시 초소가 있고, 여수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하산할 땐 도솔암을 거쳐 봉우재에서 흥국사로 내려가거나, 진래봉에 올라 진달래 군락을 감상하며 능선을 타고 내려가 흥국사로 하산할 수도 있다. 종주하는 데에는 4시간가량 걸린다. 노약자를 동반한 산행이라면 동쪽 상암부락길로 올라 봉우재를 거쳐 405m봉 북사면의 진달래 군락을 구경하고 하산하는 방법도 있다.
지리산 길을 따라 봄을 알리는 철쭉이 만개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리산 길을 따라 봄을 알리는 철쭉이 만개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리산
- 벚꽃과 산수유 천지

4~5월 지리산 자락은 온통 꽃천지가 된다. 전북, 전남, 경남 등 3개도 5개 시·군(남원시, 함양·산청·하동·구례군)을 품고 있는 지리산 자락에 꽃들이 지천으로 넘실거린다. 남원, 산청에는 벚꽃이 화사하고 구례에는 산수유가 마을을 노랗게 물들였다. 하동에는 매화가 벙글거리다 어느새 벚꽃길로 바꿔버렸다.

지리산의 봄꽃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등산보다 둘레길을 걷는 것이 좋다. 지리산 둘레길은 총 연장 274㎞로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둥글게 연결한다. 자연, 역사, 문화, 마을 등을 두루 탐방할 수 있다. 지리산 둘레길은 총 21개 구간이며, 중복 구간을 포함하면 22개다. 그중 꽃을 중점적으로 보고 싶다면 지리산둘레길 3코스를 권한다. 중군마을을 지나 노란 매화가 많이 핀 황매암을 거쳐 가는 코스다. 둘레길에 대한 정보는 사단법인 숲길이 운영하는 홈페이지(trai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월출산 앞에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월출산 앞에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월출산-기암괴석과 꽃의 향연

봄이 되면 전남 영암에는 환상적인 벚꽃길이 수놓아진다.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에서 왕인문화유적지까지 28㎞에는 아름다운 벚꽃터널이 만들어진다. 벚꽃의 띠는 월출산 자락까지 이어진다. 월출산엔 춘란과 동백이 많다. 기묘한 바위 틈에 춘란이 소리 없이 숨어 피었다. 흐드러지게 핀 동백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물이 흐르는 계곡 주변에는 붉은색 동백이 연출된 세트처럼 고아하게 피어 있다.

꽃이 풍성하기로만 따진다면 월출산보다 더한 곳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월출산은 봄의 정취가 가장 화사한 곳이다. 암봉들이 삐죽 솟아 오른 멋없는 산 같은데 이 산의 모습이 기묘하기 짝이 없다. 어찌 보면 바다 위에 솟은 섬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바위들이 작은 황산처럼 빼어난 자태를 뽐내기도 한다.

월출산의 진가는 그 이름처럼 달이 떠오르면 드러난다. 고고한 달빛 아래 벚꽃이 화사하고 산 위로는 달이 떴다. ‘아! 이래서 월출산을 남도의 금강산이라고 부르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도갑사에서 월출산을 오른다면 비록 장대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폭포들을 만날 수 있다. 깨끗한 물줄기가 마르지 않고 흐르는 계곡의 풍미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택리지에서는 월출산을 “한껏 깨끗하고 수려하여 뾰족한 산꼭대기가 하늘에 오르는 화승조천(火乘朝天)의 지세”라고 평했다. 천왕봉 정상에 오르면 멀리 영산강이 보이고 밑으로는 구름바다(雲海)가 장관을 이룬다.

월출산 등반은 천황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구름다리를 거쳐 사자봉 가는 길, 경포대 갈림길을 거쳐 정상인 천황봉까지 4시간 정도 걸린다. 내려올 때에는 바람재를 통해 경포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 바람재에서 경포대로 하산하다 보면 엘레지도 볼 수 있다. 엘레지는 5월이면 만개하지만 날씨 탓인지 이르게 꽃대를 올리고 꽃을 밀어낼 준비를 한다. 월출산의 봄이 왔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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