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과 상관 없이 상속재산의 50%를 생존 배우자에게 선취분으로 우선 배정토록 한 민법 상속편 개정안이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자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하는 모양이다. 선취분 50%를 부부 공동 재산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재산형성 경위와 부부재산 관계를 따져 부부 중 ‘명백한 일방의 재산’에 대해서는 선취분을 인정치 않는 방안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노후의 가정문제에서 발생하는 불합리나 가업승계가 불안해지는 등의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마련한 보완책은 얼핏 그럴듯한 절충안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해결책은 그야말로 본질을 가리는 미봉의 대안에 불과하다. ‘명백한 일방의 재산’이라는 게 말이 쉽지 실제 적용할 때는 논쟁적인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때마다 법률가의 도움 즉, 변호사를 사라고 말할 것인가. 공동의 사업조차 부부 각자의 역할이나 비중은 천차만별이다. 복잡한 문제가 자꾸 생겨나는 근본 원인은 자유로워야 할 개인의 재산 처분에 국가가 개입하려는 본질적 구조적 오류 때문이다. 현행법은 유언이 없을 때만 민법이 보조적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가 유언의 효력을 무시하는 소위 배우자 선취분을 법에 집어넣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자신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가족관계를 상정한 다음 이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봉숭아학당’ 수준의 무례한 발상이 문제인 것이다.

자녀들의 노부모 부양 기피, 잔존 배우자의 생계 등을 고려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국가 아닌 재산을 남기는 개인이 할 일이다. 국가가 끼어들어 자율적으로 형성돼 있는 가족간 재산적 질서를 제멋대로 칼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민을 유치원생으로 보는 것도 유만부득이다. 국가나 법률의 이름을 빌려 가족관계에 대한 소아병적 윤리관을 요구하는 법률가들은 누구인가. 이런 발상은 실로 국가권력을 조자룡 헌 칼처럼 만드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심사숙고를 거쳐 내린 결정(유언)을 무시하고 국가가 제멋대로 재산처분 규칙을 강제하는 것은 중대한 자유권의 침해다. 꼼수를 덧대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