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계 1~3위 '해운동맹' 승인…경영난 한국해운 엎친데 덮쳤다
글로벌 1~3위 해운사 연합체인 ‘P3(프로젝트3) 네트워크’가 미국 정부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했다. 앞으로 유럽과 중국 등이 이 연합체의 출범을 승인하면 ‘해운 공룡’으로 불리는 P3가 본격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해운사들이 P3와의 힘겨운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 연방해사위원회(FMC)는 최근 P3 네트워크의 출범을 승인했다. 이 연합이 전 세계 해운업체의 경쟁을 가로막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P3는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으로 구성된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로, 3개사의 해운시장 점유율은 노선별로 30~40%에 이른다.

P3는 앞으로 보유 선박 250척을 공유해 아시아-유럽 노선과 태평양 노선, 대서양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선박을 공유하게 되는 만큼 빈 컨테이너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대형 선박을 투입해 연료와 물류비를 크게 낮출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영국 런던에 3개사 직원 200여명을 파견해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운항센터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G6 등 기존 해운사 동맹체와 달리 사업제휴 수준이 훨씬 높은 ‘결합’을 추진한다는 얘기다. 서로 다른 국적의 대형 해운사들이 이 같은 사업결합을 모색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다만 당초 4월께로 예상됐던 P3 출범 시기는 조금씩 늦춰지는 모습이다.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미 연방해사위 승인이 가장 먼저 나온 셈인데, 이 승인은 24일 미국 항구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화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이번에 미국이 승인을 내 준 만큼 조만간 유럽도 승인을 내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P3 물동량의 60%가량이 중국을 오가는 만큼 중국 정부의 승인 여부가 중요하다”며 “중국의 결정이 P3 출범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머스크라인은 이와 관련, “늦어도 올해 중반부터는 P3가 본격 영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과 중국 등의 승인을 이때까지는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현재 중국과 한국 해운사들은 P3 네트워크 출범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지난 3일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P3는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이라는 취지의 건의서를 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 정부가 기업결합에 반대하거나 승인을 계속 보류하면 P3 출범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중국이 P3를 언제까지 반대할 수는 없다”며 “중국 물류업체와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타협하고 승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싼값에 물건을 나를 수 있는 화주들은 P3 출범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재무적으로 취약한 국내 해운사들은 글로벌 운임 인하 경쟁 등으로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