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동인 10년…변호사 100명· 10대 로펌 '우뚝'
“동인이 어디야?”

법무법인 동인의 잇따른 거물급 전관변호사 영입 소식에 법조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인은 법원·검찰 정기인사 시즌을 전후해 작년에 이어 올해 연거푸 대어들을 낚았다. 올초 법원에서는 최병덕 사법연수원장(사법연수원 10기), 검찰에서는 염웅철 전 홍성지청장(15기)과 박청수 전 서울남부지검장(16기) 이건리 전 대검 공판송무부장(16기) 등이 동인에 합류했다. 작년 스카우트 시장을 휩쓴 동인의 돌풍은 더 놀랍다. 파트너 12명, 소속 변호사 15명 등 27명이 동인에 둥지를 틀었다. 이로써 20일 현재 국내 변호사만 98명. 오는 4월 군법무관 출신들이 합류하면 100명을 넘어선다. 정충수·이철 대표를 비롯한 5명의 변호사가 2004년 의기투합한 지 10년 만에 10대 로펌 반열에 우뚝 올라선 것이다. 연봉을 삭감하는 등 불황타개책에 몰두 중인 여타 대형로펌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동인에는 대형로펌에 흔한 고문이 한 명도 없다. 정부에서 퇴직한 고위관료나 법조공무원 출신들이 브로커 역할을 하며 ‘친정’에서 일감을 따오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대표는 수원지검 차장검사 시절 법조브로커 단속수사를 벌인 적도 있다. 이 대표는 “당시 변호사 사무장 10여명을 구속하고 변호사 20여명을 징계에 회부한 경험이 있어 법조 비리에서 자유로운 법인을 만들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소박하면서도 투명한 기업문화에 공감한 변호사들이 하나둘 동인 문을 두드리면서 덩치가 순식간에 불어갔다. 2006년에는 법무법인 휴먼과 합병해 신구 조화를 이뤘고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 출신의 홍성무 변호사, 해양경찰청장 출신 이승재 변호사 등이 합류해 송무와 수사파트 역량을 보강했다. 첫 사무실인 서울 테헤란로 대공빌딩에서 현재의 서초동 삼성생명빌딩으로 옮긴 2008년에는 검사장 출신들이 대거 몰렸다. 정진호 전 법무부 차관을 비롯해 박태규 전 의정부 지검장, 박영관 전 제주지검장,

종인 전 동부지검장,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 등이 이런저런 인연으로 한 지붕 아래 식구가 된 것. 국내에서 검찰간부 출신이 가장 많은 로펌이라는 평판을 얻게 된 것도 이때 일이다.

로펌에서 수익의 분배구조는 생명과도 같다. 공평한 수익분배가 이뤄지지 않아 깨지는 로펌이 적지 않지만 동인은 거꾸로다. 파트너에 대한 높은 분배비율로 내부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인은 실적과 무관한 고정급은 일절 지급하지 않는다. 대신 평균적으로 세전 매출의 60% 이상을 파트너 변호사에게 주고 나머지로 법인 살림을 꾸린다. 서초동에서 단독개업하는 변호사가 세전 매출의 50%를 집으로 가져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동인의 사례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다른 대형로펌들의 운영사례를 보면 파트너에게 업무실적과 무관한 일정액의 봉급을 지급하고, 유류비 식비 접대비 등 복지성·홍보성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매출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매출의 일부에 제한돼 있다. 동인 측은 “실적 없이 무임승차하는 파트너에게 지급되는 보장성 비용이 로펌 발전에 장애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동인은 성과보상시스템이 국내 로펌 중 가장 잘 갖춰져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론 실력은 있지만 인맥에 한계가 있는 평검사·평판사 영입을 위해 일정 부분 보장성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동인 변호사들은 ‘인화(人和)’를 가장 큰 덕목으로 꼽는다. 전직 판검사 출신들과 사법연수원에서 바로 변호사가 된 구성원들 간, 합병으로 살림을 합친 로펌 변호사들 간에 전혀 갈등이 없다는 얘기다.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서기원 변호사는 “인화라는 고유 문화와 함께 소속 구성원들 간에 끈끈한 협업 분위기가 구축된 것이 로펌의 급성장 비결”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도 신뢰를 주며 감동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시장 대외 개방, 변호사 숫자 증가 등 동인을 둘러싼 주변 여건은 녹록지 않다. 동인의 대응책은 뭘까. 이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동인의 최대 강점인 송무분야의 경쟁력을 보다 날카롭게 할 때 틈새시장 진출도 가능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