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이 MWC 2014에서 사샤 트위닝(Sasha Twining) 앵커(왼쪽) 손목에  '삼성 기어2'를 직접 채워주고 있다.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이 MWC 2014에서 사샤 트위닝(Sasha Twining) 앵커(왼쪽) 손목에 '삼성 기어2'를 직접 채워주고 있다.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폐막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에서 웨어러블(입는 컴퓨터) 신제품을 3개나 공개했다. '삼성 기어2', '기어2 네오', '기어 핏' 등 단일 제조사 중 가장 많은 수였다. 웨어러블 시대의 본격 선언과 동시에 선두주자 이미지도 각인시켰다.

시장은 삼성전자가 기어2(네오 포함)에 타이젠 운영체제(OS)를 탑재했다는 점에 더 주목했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 일본 NTT도코모 등이 주도하는 타이젠 연합이 개발한 개방형 모바일 운영체제(OS).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을 포함해 '기어2' 전작인 '갤럭시 기어'까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고수한 삼성전자였다. 왜 삼성전자가 웨어러블에 안드로이드를 버리고 타이젠을 선택했는가를 놓고 시장 해석이 분분하다

◆ '구글 안드로이드-갤럭시만 믿고 있을 수 없다'
MWC 2014를 앞두고 개최된 '타이젠 리셉션'에서 료이치 스기무라 타이젠 연합 의장이 '삼성 기어2'를 설명하는 모습.
MWC 2014를 앞두고 개최된 '타이젠 리셉션'에서 료이치 스기무라 타이젠 연합 의장이 '삼성 기어2'를 설명하는 모습.
3일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설득력 있는 단서 하나를 제시했다. 드류 블랙커드 삼성전자 상품계획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블랙커드 디렉터가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통해 "'삼성 기어2'에 타이젠을 탑재한 이유는 배터리 수명 및 성능 때문"이라고 못박았기 때문.

그는 "타이젠 OS를 탑재한 기어2는 기존 안드로이드 기어 제품과 배터리 사이즈는 비슷하지만 배터리 수명이 이틀 더 길다"고 설명했다. 전작 '갤럭시 기어' 배터리 용량은 315mAh. 음악 듣기나 전화 통화 등 일상으로 사용하면 완전 충전시 2~3일 사용이 가능했다. 반면 '삼성 기어2'에는 300mAh 배터리가 적용됐다. 용량이 소폭 줄었지만 평균 3~4일, 최소 사용 때는 5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사용 시간이 1~2일 더 늘어난 셈이다. 이는 새로 공개된 '갤럭시S 5' 배터리 용량(2800mAh)의 9분의 1 수준이다. 스마트폰은 동영상 등 고용량 데이터 스트리밍 및 습관적 사용으로 배터리 소모가 크다. 반면 손목시계인 웨어러블 사용자는 스마트폰만큼 자주 충전하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사용량도 적기 때문에 한번 충전해 오래 쓸 수 있어야 사용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블랙커드 디렉터는 다른 이유도 제시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는 웨어러블 기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 내 수천가지 기능을 구동하도록 설계된 안드로이드가 웨어러블에는 너무 무겁다는 뜻이다. 웨어러블은 전화 통화, 음악 듣기, 메일 확인 등 기본 모바일 기능에 건강 관리(헬스 케어)만 특화해 최소 기능성에 집중한다. 구글이 현재 웨어러블 기기에 맞게 몸집을 줄인 안드로이드 라이트 버전을 올해 말 공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배경이다.

◆ '삼성=타이젠'…스마트폰 넘어 무한 확장 새 공식


블랙커드 디렉터는 "구글이 웨어러블에 최적화한 OS를 발표할 때까지 기다릴 수 만은 없다"는 말로 삼성전자가 타이젠 행보를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최근 상황을 압축했다.

타이젠은 2년 전 스마트폰 중심 OS로 개발됐다. 안드로이드와 애플 아이오에스(iOS)에 의존하지 않는 '제3의 독립 OS'를 꿈꿨다. 구글이 전통의 휴대전화 제조사 모토로라(현재 레노보 인수)를 인수하면서 타이젠의 기대치는 더 높아졌다. 구글이 모토로라에 안드로이드 역량을 몰아줄 것이라는 우려에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은 '구글 의존도 줄이기'를 기치로 내걸고 타이젠 연합 우산 아래로 모여들었다.

예상을 벗어난 건 타이젠이 한창 개발된 지난 2년 간의 시장 변화였다. 모바일OS가 서서히 스마트폰 시장을 벗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와 아이오에스를 중심으로 지난해까지 2년간 전세계에 30억대 스마트폰이 팔려나갔다. 이 와중에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78.9%(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까지 폭증했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로컬리틱스(Localitics)가 발표한 제조사별 안드로이드폰 점유율(지난달 기준)을 보면 삼성전자 제품은 이 가운데 65%를 차지했다. 명실상부한 '안드로이드 시장 맹주'라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점유율 1위에 열을 올리는 사이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 다음 시장에 꾸준히 투자했다. 스마트카 및 스마트TV 등 신규 영역으로 자사OS를 무한 접목시킨 것이다.

특히 양사는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과 손잡고 자동차에 IT기술을 접목시키는데 발빠르게 움직였다. 구글은 지난 1월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독일 아우디와 손잡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구동되는 '구글 카'를 선보였다. GM 등과는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켜 안드로이드를 통해 다양한 차량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하는 스마트카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애플은 이미 지난해 차량용 OS인 'iOS인 더 카(iOS in the Car)'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 결실로 오는 7일부터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상용화 단계 'iOS인 더 카'를 대대적으로 공개한다. 페라리 및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등 세계적 자동차에 'iOS인 더 카'가 어떻게 녹아들었을지 업계 관심이 높다. 아이오에스 기반 애플TV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이들 경쟁사 OS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의 이름을 걸고 타이젠을 전면에 내세울 수 밖는 상황인 셈.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은 최근 타이젠을 스마트폰 OS로 국한해 보는 시각에 문제제기를 했다. 이 부사장은 MWC2014 기자간담회에서 "타이젠을 스마트폰OS 중 하나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며 "타이젠은 오히려 다양한 기기에 적용 가능할 수 있는 '크로스 디바이스 플랫폼' OS"라고 규정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내세워 스마트폰 외 새로운 영역 확장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안드로이드 시장은 이제 65% 점유율을 달성한 갤럭시 등 스마트폰 몫으로 남겨 두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스마트폰 수요가 정체되는 상황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그리고 갤럭시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이 부사장의 공언대로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웨어러블 뿐만 아니라 TV, 카메라, 자동차 등으로 꾸준히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웨어러블 '삼성 기어2'로 타이젠 제품을 넓혀 가면서 타이젠 생태계 성장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첫 타이젠 탑재 웨어러블인 '삼성 기어2'에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명확히 들어간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자사 대표 OS로 각인시키고, 스마트폰 외 영역으로 타이젠을 본격 이식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