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규제의 그물망을 걷어내고 공공부문을 개혁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부처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부 보조금 체계를 정비하지 않는 한 공공부문 개혁도, 규제개혁도 한낱 구호에 그칠 것이 뻔하다. 규제와 특혜지원은 동전의 양면이다. 지금도 보조금 사업은 독버섯처럼 뿌리를 펼치고 있다. 정부예산 지원이라는 파행적 정책이 만들어 내는 도덕적 해이가 경제를 중독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 부처 대통령 업무보고는 물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조차 오히려 정부 돈을 더 퍼주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새로운 지원금을 쏟아붓기 바쁘다. 마약에 중독된 경제가 창조경제가 될 수 없고 보조금에 찌들어 4만달러로 갈 수 없다.

중소기업 지원만 해도 그렇다. 그 가짓수가 100여개에 달해 수혜자인 중소기업조차 뭐가 뭔지 분간하기 어렵다. 규제는 지원의 양면이어서 특혜를 가르는 기준이 알고 보면 규제의 기준들이다. 정부 지원금이 중기 경쟁력에 효과가 있는지는 아예 관심 밖이다. 연구개발이란 이름의 지원은 지금도 수백 종류에 달한다. 16조원에 달한다는 정부 연구예산이 모래 위에 물을 부은 것과 다를 게 없다. 실제로 창업 지원자금은 남아돈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이다, 벤처다 해서 새로운 지원책이 하루가 멀다하고 또 쏟아지고 있다.

미래부, 산업부, 중기청은 말할 것도 없고 전 부처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온통 지원 얘기로 도배질 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한술 더 뜬다. 청년창업 등 펀드 7600억원 추가, 2000억원 규모 한국형 요즈마펀드 조성,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 확대 등 더 많은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벌써 정부 돈 빼먹기 경쟁이 시작됐다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가로부터 1억원만 끌어오면 정부가 9억원을 준다 하니 온갖 사기꾼이 입질을 한다. 이런 식으로 제2벤처붐을 일으키면 뭐 하나. 지원금이 끊기는 순간 바로 무너져 내린다.

규제와 정부 지원은 동전의 양면이다. 시장을 왜곡하는 작동 원리도 똑같다. 정부 지원으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면 시장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혁신에 도전하는 사람만 얼간이가 되고 만다. 정부 지원금을 대대적으로 정비하자. 도랑부터 정비해야 물길이 잡힐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