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18일자 한경 보도에 따르면 가업승계보다는 차라리 회사를 청산하거나 매각해 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반기업 정서 등으로 가업승계의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데다 상속·증여 과정에서의 과도한 세금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계법인과 로펌들의 가업승계 포기 컨설팅이 특수를 누릴 정도라면 우리는 이를 기업의 자살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중기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에 따르면 중기 경영자 중 자식이 가업을 승계 중이거나 승계할 예정이라고 답한 비율은 63.4%로 2011년(88.9%), 2012년(76.7%)에 비해 매년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이유가 무엇이든, 가업승계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은 전통과 기술 등 기업의 연속성이 단절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사업의 대가 끊기는 것을 넘어 산업 전체로도 큰 손실이다.

문제는 지금 같은 제도와 분위기에서는 후계자들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가업상속 공제 요건은 아직 너무 까다롭다. 공제한도는 500억원까지 늘었지만 이를 적용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매출액(3000억원 미만), 피상속인 경영기간(20년 이상), 상속인 종사기간(2년 이상)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게다가 상속 개시 후 10년간은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할 수 없고 고용도 유지해야 한다. 2012년 가업상속 공제 혜택이 35명, 57억원에 불과했던 것도 그래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는 기업 규제도 기업할 의욕을 꺾는 주요인 중 하나다. “가업 승계 쪽보다는 철수를 컨설팅하는 사례가 더 많다”는 회계법인 관계자의 말도 귀담아 들어볼 대목이다.

백년기업은 고사하고 당장 가업승계가 위협받는 정도다. 기업가 정신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을 적대시하는 사회환경이 문제다. 관련 세제 개편도 필요하다. 일정기간 동안 고용 유지시 상속세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강소기업은 결코 우연히 생긴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