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시나이 반도
아프리카 동쪽 끝과 아시아 서쪽 끝이 만나는 삼각형의 땅. 시나이 반도는 두 대륙을 연결하는 육상 통로일 뿐만 아니라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해양 요충지다. 수에즈만과 아카바만을 양 옆에 끼고 있지만 대부분은 사막이다. 전체 면적은 6만여㎢로 남한의 3분의 2 정도 된다.

지리적으로는 서남아시아에 속하지만 이집트 영토다. 시나이의 어원은 아카디아어(語)로 달을 의미하는 신(sin)이라고 한다. 고대로부터 힘 있는 자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했던 곳이다. 근세까지만 해도 터키와 이집트가 이 땅을 놓고 싸웠다. 1차 세계대전 후 이집트령이 됐다가 1967년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 땅이 됐고, 1982년 다시 이집트에 돌아갔다.

이 땅의 남쪽에 해발 2286m의 시나이산이 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가 신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곳이다. 모세는 타지 않는 떨기나무 가운데에서 울려나오는 신의 음성을 듣고 이스라엘 민족 해방의 소명을 받아 동족을 구출했고 다시 이 산에 올라 십계명을 받았다고 한다.

바위와 모래로 이뤄진 산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다. 이스라엘인들의 40년 광야생활을 상징하는 것 같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순례자들이 정상의 일출을 보러 새벽부터 산을 오르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산 기슭에 있는 성 카타리나 수도원에서 4세기의 히브리어 성서 사본인 시나이 사본이 발견된 이후 이곳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 산을 지나 이스라엘로 들어가면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했던 출애굽의 행로를 그대로 따를 수 있어 기독교인들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순례지다. 한 해 5만여 명의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이 일대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테러리스트가 들끓는 곳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한국인이 탑승한 성지순례 버스가 테러를 당해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2년 전 이맘때에도 3명이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났는데 이번엔 더 끔찍한 일을 당했다.

테러리스트들이 군경과의 전투에서 오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관광객을 먹잇감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슬람교의 코란을 보면 무함마드(마호메트)가 시나이산을 두고 맹세하는 내용이 나온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의 공동 성지가 바로 시나이산이다. 그런 성산을 찾는 순례자들에게 폭탄 공격을 일삼는 자들은 대체 누구인가. 구약성경의 ‘저 크고 무서운 광야’라는 표현도 저들 때문에 나온 것일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