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이 여의도 정치권의 화두라고 한다.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개헌 발의에 필요한 재적의원 과반수(150명)가 충족됐다며 3~4월 임시 국회에서 정식으로 개헌을 발의하겠다고 나선 모양이다. 여당 내 중진 의원들도 적잖이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논의가 한번 시작되면 블랙홀처럼 빠져들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개헌 논의가 뜬금없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국회는 개헌 풀무질에 여념이 없다.

물론 국회의원 일부에서 개헌을 주장하는 명분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의회 간 견제와 균형이 대통령제의 장점인데도 대통령의 권한이 비대해지고 있어 이를 교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헌론자들 중에는 내각제주의자들도 많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속셈은 빤하다. 국회 권력의 확장이 내심의 동기다. 민주당으로서는 잇단 선거패배가 개헌 동력을 만들어 내는 모양새다. 권력은 필요하고 선거는 이길 수 없으니 대통령 권력을 아예 줄여버리고 국회권력을 더 늘리겠다는 패배주의적 전략이다. 새누리당 중진 일부의 정서도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제왕적 권력 기관은 바로 국회다. 국회는 삼권분립을 이미 농락할 정도다. 정부가 아무리 뛰어봤자 국회가 목을 틀어쥐고 있다. 세종시 공무원은 국회의 시녀다. 홍수 입법, 포퓰리즘 입법, 로비 입법은 기네스북 감이다. 올해도 이미 수백 건의 의원 입법이 새로 발의됐다. 하루 30건 이상의 의원입법이 쏟아지는 나라다. 그야말로 입법 만능주의에 빠져있는 독재 국회요 제왕이다. 국회를 정상적 대의기관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정치 블랙홀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개헌의 초점은 대통령 권력 약화가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보장 등 국회권력을 제한하는 것이어야 맞다.

이원집정제나 내각제 식이라면 정치혼란은 불가피하다. 일부에서는 이미 다당제까지 언급하는 정도다. 정치는 말 그대로 지옥도가 될 것이다. 심각한 의회권력의 타락이 우려된다. 국회의원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정말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