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사선 피폭량
[한경데스크] 방사선검사 급증한 까닭
’을 관리하겠다는 정책을 지난달 말 내놨다.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병원에서 쓰이는 영상진단 기기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피폭량을 개인별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전국 의료기관에 이달부터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방사선 검사 남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방사선 검사 건수는 2007년 1억6000만건에서 2011년 2억2000만건으로 늘었다. 한 사람이 연평균 4.6회의 방사선 검사를 받는 셈이다. 방사선 피폭량은 2007년 0.93밀리시버트(mSv)에서 2011년 1.4mSv로 50% 이상 증가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기준으로 제시한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1mSv)를 이미 넘어섰다.

CT 촬영에도 건강보험 적용

세계보건기구(WHO)는 ‘방사선 피폭’을 담배와 함께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방사선은 몸을 통과하기 때문에 체내에 축적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번 노출되고 강도가 세면 유전자 손상이나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CT는 방사선 피폭량이 일반 엑스레이의 200~300배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CT 촬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CT 촬영 건수는 2011년 600여만건에 달했다. CT는 1996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전신 암검사 등에 쓰이는 CT의 일종인 양전자단층촬영(PET)은 2006년 6월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병원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CT를 자꾸 권한다. 다른 병원에서 찍은 CT는 잘 인정하지 않는다. 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 CT를 찍은 411만명 가운데 8만8000여명이 한 달 내 같은 부위를 다시 촬영했다. 머리, 가슴, 복부 CT를 한 번에 다 찍는 사람도 있다.

세르지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이 지난달 서울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건강검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초고가 건강검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비싼 검사일수록 고가 영상진단장비를 많이 쓰기 때문에 방사선 피폭량이 많을 수 있다.

직장 건강검진의 검사항목을 늘리는 것이 근로복지 확대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충분한 젊은이들마저 CT 촬영을 받곤 한다. 자기가 돈을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 그대로다.

암사망자 20년 새 두 배로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자 수는 지난 20년 사이 2배(1983년 72.1명→2012년 146.5명)로 늘었다. 국민 소득이 늘고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도 암 사망자는 계속 증가했다. 의료용으로 필요한 방사선 검사 남용으로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늘리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 무조건 좋다는 사고방식이다. 공짜 또는 매우 낮은 가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언제나 ‘남용’ 문제가 생긴다. 이걸 놔두고 피폭량 관리만 하겠다는 것은 ‘땜질 처방’이다.

의사들이 CT 촬영을 자꾸 유도하는 것도 획일적으로 낮게 정한 의료수가와 관련이 있다. 환자를 자세히 진찰하고 치료하는 대가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다면 방사선 검사를 쓸데없이 권하는 의사들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획일적인 의료수가를 개선하는 방안도 이제는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

현승윤 중소기업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