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엊그제 6개 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은 여성 고용 확대 없이는 고용률 70% 달성이 어렵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정부는 남성과 비정규직의 육아휴직을 쉽게 하고, 육아휴직 대신 주당 15~30시간 일하고 통상임금의 60%(현행 40%)를 받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도 부여키로 했다. 또 보육·돌봄서비스도 워킹맘(일하는 엄마)에 우선권을 주고,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네덜란드 독일 호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고용률이 70%대인 것은 여성 고용률을 50%대에서 60%대로 끌어올렸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고용률이 64.4%인데 여성은 고작 53.9%다. 한창 일할 30대는 남성(90.2%)과 여성(56.7%) 격차가 현격하다. 여성 고용률 제고가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업들도 이점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다. 여성 고용의 걸림돌은 육아휴직을 쉽게 하고 임금을 보충해준다고 제거될 성질이 아니다. 선진국의 좋다는 제도는 다 들여오면서 정작 고용 유연성과 인력운용 자율성은 빼놓은 게 진짜 문제다. 시간선택제든, 기간제든 사업주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어야 여성의 취업기회도 늘어날 것 아닌가. 이번 대책에서도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권을 주면서 선진국처럼 기업의 합리적 거부권은 배제했다. 고용경직성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이미 기업들은 통상임금 협상, 정년연장에다 국회가 언제 통과시킬지 모를 근로시간 단축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하나같이 노동비용을 과중하게 만들어 고용을 위축시키는 것들이다. 더구나 정규직 과보호를 조장하는 노동 관련 법규와, 양보와 타협을 모르는 강성 노조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여성 고용대책이 모성지원에만 치우쳐선 결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모성보호를 위한 부담이 가중되면 여성 고용이 되레 위축될 것이란 우려는 괜한 소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