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폭 컸던 우량株 장기보유하는 투자 전략을…금융·조선·전력株 '신 니프티 피프티' 로 꼽혀
연초 증시가 우울하다. 한국 증시 ‘원투펀치’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내놓은 이후 투자심리가 급속히 가라앉았다. 알짜 우량주로 불리던 업체마저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은 건설주는 지난 24일 삼부토건(-10.08%), GS건설(-8.54%), 대림산업(-3.33%) 등이 줄줄이 급락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실적시즌을 맞아 증시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설 연휴 기간을 분위기 반전을 위한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변동에 민감한 종목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그간 낙폭이 컸던 우량주를 장기보유하는 쪽으로 투자전략을 세워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신(新) 니프티 피프티’ 찾아보자


낙폭 컸던 우량株 장기보유하는 투자 전략을…금융·조선·전력株 '신 니프티 피프티' 로 꼽혀
증시가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수록 설을 기점으로 한국판 ‘신(新)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발굴 욕구도 거세지고 있다. ‘니프티 피프티’는 1960~1970년대 미국에서 장기보유 시 높은 수익률을 보였던 대형우량주를 지칭하는 말이다. 특히 설 연휴기간은 증시가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때인 만큼 차분한 마음으로 투자전략을 재점검하고, 투자종목을 새로 짤 수 있는 기간으로 꼽힌다.

증시 전문가들은 업황개선이 뚜렷하고 시장 장악력이 탄탄한 업종에서 ‘신 니프티 피프티’주가 발굴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쳤다. 한국경제신문이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신영증권, IBK투자증권 등에 의뢰한 결과 이들 증권사는 중장기 투자 유망종목으로 금융주와 조선주, 전력주 등을 주로 꼽았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월 초반까지는 증시가 부진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설 연휴를 계기로 각 업종 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종목 중 정부규제 완화나 글로벌 구조조정의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을 장기 투자 관점에서 살펴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추천한 중장기 보유 우량종목에는 하나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 SK하이닉스 등이 단골종목으로 거론됐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수도권 부동산 회복 등 내수 경기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데다 외환은행 인수비용 부담이 희석되는 등 수익성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여러 증권사의 주목을 받았다. 경기회복 시 금리상승 수혜도 긍정평가 요인으로 꼽혔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 등 화학주도 석유화학경기 반등과 시설 증설효과 등으로 증권사 추천 장기 투자 유망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도 중장기 투자유망종목으로 지목됐다. 상선 발주 회복 기대가 큰 데다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시추선 발주 증가가 이뤄지고 있어 2015년까지는 꾸준히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형 수출주에 대한 시장의 위험성 인식이 늘면서 경기방어주인 전력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삼성증권)과 한전KPS(신영증권), 한국가스공사(신한금융투자) 등 전력주도 고루 증권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 호텔신라, SBS, 제일기획, 이마트, 하나투어, 롯데하이마트, 삼성물산 등 각 업종 내 입지가 확실한 대표주들이 ‘신 니프티 피프티’ 후보에 거론됐다.

와우넷 전문가들의 시각도 비슷했다. 반경수 대표는 “장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아무래도 단기매매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중장기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종목이 좋을 것 같다”며 “업황개선이 기대되는 대우조선해양이나 부동산 경기회복을 노려볼 수 있는 현대건설, 삼성전자 반도체 증설효과가 기대되는 한솔케미칼 등을 추천한다”고 했다. 허원규 대표는 “증시가 이렇다 할 호재나 수급이 없는 상태로 계속 혼미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수나 경기에 덜 민감하면서 졸업·입학시즌인 계절특수를 노릴 수 있는 모나미, 예림당 등을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낙폭과대 반격주, 매수기회 될 수도


‘상고하저(上高下低)’를 외쳤던 대다수 증권사들의 올해 연간 증시 전망이 무색하게 연초 증시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일부 낙폭과대주 중 분위기 반전을 노릴 종목은 매수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지훈 대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로 인한 정부기술(IT) 부품주의 낙폭이 과다하다”며 “갤럭시S5 출시 수혜 기대가 있는 캠시스 등을 노려볼 만하다”고 언급했다. 강준혁 대표는 “역사적 저점수준으로 하락해 있는 LG전자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며 “주가 상황을 봐가며 매수접근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한옥석 소장은 신일산업, 에넥스 등 실적호전주와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일진머티리얼즈를 거론했다. 석진욱 대표는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고 판단되는 합성피혁 전문업체 백산을 추천했고, 고성철 대표는 이화공영을 꼽았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