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유니클로…토종패션 枯死
제조·직매형 의류(SPA) 업체인 일본 유니클로는 작년 한국에서 69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5049억원)보다 37% 증가한 액수다.

유니클로와 함께 3대 SPA로 꼽히는 스페인 자라는 전년보다 22% 늘어난 2038억원어치를 팔았다. 스웨덴 H&M은 한국 진출 3년 만인 지난해 매출 1000억원 돌파가 확실시 된다. 3대 SPA의 국내 매출 총액이 2010년 3441억원에서 3년 만에 1조원대로 급증한 것이다.

펄펄 나는 유니클로…토종패션 枯死
파죽지세의 해외 SPA와 달리 한국의 토종 패션 브랜드는 힘을 못쓰고 있다. 지난해 언더우드, 해리스톤 등 익숙한 국내 브랜드 38개가 퇴출됐다. ‘최연옥’ ‘신장경’ 등 디자이너 브랜드도 일부 백화점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 자리에는 백화점으로부터 10%대의 파격적 수수료를 제시받은 해외 SPA가 들어섰다. “한국 패션산업은 해외 SPA 쇼크에 빠져 있다”(패션 컨설팅업체 MPI의 최현오 대표)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니클로 등의 인기는 옷값이 싸면서 품질은 좋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깔끔한 매장에서 순면 티셔츠를 단돈 몇천원에 팔고, 유행에 따라 다양한 의류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일괄 처리하면서 원가를 낮추고 빠르게 제품을 교체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정미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상무는 “의류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해외 SPA로 인해 바뀌었다”며 “국내 업체들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옷값에 거품이 낄 수밖에 없는 백화점과 대리점 중심의 판매에 안주하던 국내 업체에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