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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北의 무력도발에 대비해야
13년 안보 관련 5대 뉴스를 꼽자면 북한의 전쟁위협과 개성공단 사태, 장성택 처형으로 드러난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의 배경이 된 동북아 패권경쟁 가시화, 공군 차세대전투기 사업(FX 3차)의 지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이 촉발한 ‘종북몰이’ 논쟁과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국정원 개혁 등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메가톤급 충격을 준 것은 북한 관련 뉴스들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전쟁위협에 이은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와 장성택의 처형은 북한의 예측불가성과 안보의 중요성을 상기시킨 대사건이었다. 중국의 ADIZ 선포 역시 동북아 안보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일깨워줬다. 중화(中華)패권을 지향하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미국이 패권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일본의 우경화 및 재무장과 이에 대한 미국의 지지, 중국과 이웃나라들 간의 도서분쟁, 일본과 이웃나라들 간의 역사 분쟁, 중·일 간 해양 군비경쟁 등이 동복아의 ‘물고 물리는’ 갈등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FX 3차 사업도 국민의 눈과 귀를 점령했다. 방위사업청은 8조3000억원이란 예산틀에 맞추기 위해 스텔스 기능이 거의 없는 F-15SE를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하려다가 전문가들로부터 ‘비전략적’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고 물러서야 했다. 국정원의 활동을 위축시킨 국정원개혁법의 통과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이 촉발한 종북논쟁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안보환경의 엄중함을 잊은 채 ‘남남갈등’으로 날밤을 새운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줬다.

올해도 안보와 관련해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미·중 세력경쟁이 가열되면서 미국은 ‘방위협력가이드라인’의 개정을 통해 미·일 동맹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작년 말 아베 총리의 몰염치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미·일 동맹 강화라는 큰 추세 속에서 보면 ‘끓는 물주전자 속의 얼음조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끊임없는 돌출행동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패권경쟁은 북·중 동맹을 결속시킬 것이며, 한·중 관계 발전에는 제약을 가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어선의 서해 불법어업, 이어도 독도 등과 관련한 해상위협들이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북·중 동맹의 가치가 높아지는 국제정세 흐름에 편승해 북한이 대담한 핵행보를 이어갈 가능성도 높다. 제4차 핵실험, 핵미사일의 실전배치, 인공기를 단 대륙간탄도탄의 등장 등이 톱뉴스를 장식할 가능성이 있다. 또 장성택 처형의 후폭풍을 잠재우고 내부결속을 꾀하려는 북한이 외부긴장 조성을 위해 군사도발에 나설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북한 급변사태와 관련한 뉴스들이 신문 1면을 장식할 가능성도 있다. 김일성·김정일 사망 시에도 급변이 없었음을 감안한다면 정권붕괴나 체제붕괴 같은 사태가 발생할 확률은 여전히 희박하지만, 고위급 인사들의 망명을 포함해 한국이 모든 사태에 대비해야 함을 일깨우는 사건이 빈발할 가능성은 높다.

그렇다고 국내사정이 호전될 전망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역사교과서 개정,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등 박근혜 대통령의 야심적인 국가정체성 바로세우기 시도는 노동계, 교육계, 종교계 등에 포진한 좌파연합세력의 조직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기존 정당들이 안철수 신당의 돌풍에 맞서 기득권 지키기에 나서면서 정치권의 안보 외면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렇듯 갑오년에도 한국에 밀어닥칠 안보위협의 파고(波高)는 높지만, 한국 사회와 정치권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합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래서 걱정이다.

김태우 < 동국대 석좌교수·객원논설위원 defensektw@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