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전주 상산고도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당초 교학사와 지학사 교과서를 복수로 채택해 좌우 균형잡힌 역사관을 가르치겠다는 극히 정상적인 교육의도가 비정상적인 인민재판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아무 외압도 없었다”는 상산고 교장의 해명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올봄 개교 예정인 파주 한민고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물러서 사실상 철회로 기울었다. 전교조의 공언대로 교학사 교과서는 단 한 곳도 쓰지 않는 ‘채택률 0% 교과서’가 되고 말았다.

엄연히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를 일선 학교들이 선택할 자유조차 보장되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교과서를 타도 대상으로 삼고 집단이지메를 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너무도 반교육적이다. 입으론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교과서의 소소한 오류를 트집잡아 ‘친일·왜곡’ 교과서로 낙인찍고, 집단 압력으로 사장시킨 행태는 스스로 좌익 전체주의적 성격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그렇더라도 지레 겁먹고 백기부터 든 교육계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올바른 교육을 하겠다는 건학이념을 내건 사학재단들이 사학법 개정파동 때는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더니 정작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에 대해선 관심없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건학이념과 교단을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킬 것인가. 교육부도 뒤늦게 채택을 번복한 20개 학교에 대해 외압 여부를 특별 조사하겠다고 법석이지만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부터 통감해야 마땅하다. 좌파진영에선 교과서 문제를 ‘역사전쟁의 서막’이라고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교육계의 비겁한 자세로는 무엇 하나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비난, 협박, 폭언이 쏟아져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바른 교육이 시작된다. 교단은 스스로 지키는 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