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전선 사업 정리…1000억 원전기금
"통렬히 반성하고 모든 책임지겠다" 약속 실천
준법경영 강화…추락한 그룹 이미지 쇄신
구자열 회장 등 LS그룹 오너 일가, 원전비리 '결자해지'

“이토록 참담하고 부끄러운 날은 없었습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사진)은 작년 11월 고개를 떨궜다. 축하받아야 할 그룹 창립 10주년 기념식이었지만 시종일관 “통렬히 반성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연신 사과만 했다.

당시 행사장에선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10년 만에 그룹 규모를 세 배 이상 키운 임직원들의 자부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원전 비리로 최대 위기 몰려

LS그룹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고 구평회, 고 구두회 명예회장 등 이른바 ‘태평두(泰平斗)’ 삼형제가 2003년 11월 LG그룹에서 독립해 만들었다. 이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창업주의 아들인 구자홍 LS미래원 회장과 구자열 회장 등이 경영을 맡아 그룹 경쟁력을 키웠다.

10년간 인수합병(M&A)과 다양한 혁신 활동을 통해 2003년에 비해 그룹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4배, 3배로 늘려 자산 기준 재계 13위 그룹으로 만들었다. 특히 사촌형제 간 공동 경영을 유지해오다 작년 말엔 구자홍 회장이 사촌동생인 구자열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물려줬다. 이 과정에서 주력 계열사 LS전선이 세계 3위 케이블 업체로 발돋움하며 전선 중심의 탄탄한 그룹으로 명성을 높여왔다.

지난해 5월 검찰이 원전부품 비리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그룹이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LS전선의 자회사 JS전선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 1·2호기, 경북 경주시 신월성 원전 1·2호기에 케이블을 납품하면서 시험 성적서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JS전선 직원이 승인기관인 한국전력기술 직원과 짜고 제어 케이블의 성능 검증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JS전선 사장과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구속됐고 신고리 원전 등 원전 3기 가동이 중단돼 작년 여름 전력대란을 겪었다.

멈춘 원전은 300만㎾로, 전체 원자력 발전의 15%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원자력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등 대체 에너지를 쓰는 바람에 2조5000억원가량의 비용이 들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10월 신고리 원전 3·4호기에서도 똑같은 비리가 적발됐다. 당초 오는 8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JS전선의 비리로 준공이 최소 1년 이상 지연됐다. 원전 완공이 1년 미뤄지면 피해 규모만 4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그룹 지주사인 (주)LS와 LS전선, JS전선 등은 한수원이 발주한 원전 케이블 입찰에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추락한 그룹 이미지 쇄신에 총력

LS전선은 원전 비리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발방지대책을 내놨다. 오너 일가가 사재를 출연해 JS전선을 상장 폐지하고 사업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1000억원에 달하는 원전기금도 내놓기로 결정했다.

때마침 지난해 5월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태로 가동을 멈췄던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원자력발전소 3기는 지난 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가동 승인에 따라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가동을 멈춘 지 7개월여 만이다. 올 8~9월 완공 예정이던 신고리 3·4호기는 내년 이후에 가동될 예정이다.

LS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개인이나 부서의 위법행위가 한 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다시 이 같은 우를 범하지 않고 그룹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열 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도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충격에 휩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에서 이번 조치가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인설/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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