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이 개장 직후 999원62전까지 하락, 1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1000원을 밑돈 것은 2008년 9월9일 996원68전 이후 5년3개월 만이다. 이후 당국의 구두개입 등으로 다시 1000원을 넘었지만 엔화 약세가 추세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다시 1000원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엔저의 직접 원인은 일본의 아베노믹스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내년부터 예고돼 있어 엔 약세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달러당 85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이 어제 105엔대를 넘어서 1년 사이에 24%가량 오른 것이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 미국 경제전문채널 CNBC는 엔화가 내년 말 달러당 125엔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엔저 충격은 아직 크게 실감할 정도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미 1년 넘게 이어져와 기업들이 나름대로 적응한 데다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 부문에서는 유리한 점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자동차 전기·전자 철강 등 우리의 주력 수출 업종 대부분이 일본과 경합 관계다. 실제 일부 엔화로 대금을 결제하는 철강과 석유제품의 경우 아시아 수출 물량이 이미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기획재정부가 ‘2014 경제정책방향’에서 “엔 약세가 지속되면 대일 수출뿐 아니라 전 세계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그래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3분기 기업매출액이 4년 만에 뒷걸음질친 것도 엔저 영향권에 들어섰다는 방증일 수 있다.

내년 4월에는 일본 소비세 인상이 예고돼 있다. 내수 침체를 막기 위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면 엔화 약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다. 여기에 TPP까지 조기 타결된다면 엔저 후폭풍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원·엔 10 대 1 황금률은 오랫동안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기도 했다. 엔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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