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5년 만에 1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내년 한국 수출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30일 원·엔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 개장 전 100엔 당 1000원 선이 붕괴됐다. 이날 오전 9시 개장 직후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원·엔 환율이 장중 10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9월9일 996.68원 이후 5년3개월 만이다. 이후 당국의 구두 개입 등으로 소폭 상승해 1000원 선을 맴돌고 잇다. 오후 2시 현재 원·엔 환율은 100엔 당 1002.09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1년 10월5일 1561.65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원·엔 환율은 2년2개월 만에 560원 이상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추세적으로 진행돼 장기적으로 원·엔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과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전기전자 자동차 화학 업종 등을 중심으로 타격이 우려된다.

2014년 한국을 둘러싼 여러 리스크 중 환율이 가장 큰 불안 요인이란 분석도 나왔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로존과 일본이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인도 등 일부 신흥국들의 환율 불안이 지속되면서 미국의 달러화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의 통화가 약세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 나타날 수 있다" 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도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통화 가치 상승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국제적인 절상 압력과 절상 기대에 투자하는 자금이 일시에 한국 원화에 집중되면서 달러당 1000원 선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배 연구원은 "원화 가치의 빠른 절상으로 인해 수출 경쟁력 약화와 함께 실물경제 활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0원(0.13%) 오른 1055.3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한민수/박희진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