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임원 승진 잇단 女風…女대통령 효과?
권선주 기업은행 부행장(57)이 은행장으로 내정된 이후 금융계에서 여성 임원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을 비롯해 하나·외환 등 최근 임원인사를 실시한 은행 모두 전무급 이상의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대구은행에서는 지방은행 최초의 여성 본부장이 탄생하는 등 여성 임원 선임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금융권에서는 “여성 인재풀이 두터워진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와 “금융회사들의 눈치보기에 따른 일시적 경향”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여성 행장-부행장-본부장까지

금융권에 여성 임원 바람을 몰고 온 사람은 30일 취임할 예정인 권선주 기업은행장 내정자다. 지난 23일 그가 국내 은행 사상 처음으로 은행장에 내정되면서 여성 임원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은 29일 실시한 인사에서 3명의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하나은행의 김덕자 남부영업본부장(54)과 천경미 대전중앙영업본부장(53)은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하나은행 역사상 첫 여성 임원이다. 하나은행의 정현주 서청담지점장(48)은 남부영업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외환은행에서는 최동숙 서초영업본부장(53)이 전무로 한 단계 올라갔다. 두 은행의 전무는 다른 은행의 부행장보에 해당하는 어엿한 임원이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에는 신한은행의 신순철 본부장(53)이 부행장보로 승진하면서 이 은행 첫 여성 임원으로 기록됐다. 지난 26일에는 대구은행이 지방은행 최초의 여성 본부장인 양현숙 본부장(53)을 배출했다.

하루 전인 25일에는 농협은행이 임원은 아니지만 본부 부서장 가운데 첫 여성 부장으로 문갑석 수탁업무부장을 발탁했다. 권 내정자가 발표되기 전만해도 4대 시중은행 임원 69명 중 여성은 2명에 불과했지만 1주일 새에 5명으로 늘었다.

여성 임원 바람은 제2금융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27일 발표된 현대자동차그룹 인사에서 이미영 현대카드 이사는 상무로, 이주연 현대라이프 부장은 이사대우로 각각 승진했다.

◆여성임원 바람 한동안 계속될 듯

여성 임원 바람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도 추가로 여성 임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해당자들의 실적이 빼어나 임원으로 승진할 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갖추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은행에 여직원들이 늘면서 지점장과 본부장으로 승진한 여직원이 많아진 만큼 인재풀이 넓어진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실제 하나은행 지점장 543명 중 48명이 여성일 정도로 저변이 탄탄해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금융권 특유의 ‘눈치보기’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걸맞게 여성 임원을 임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순간에, 최초의 여성 행장이 탄생하자 부랴부랴 여성 임원을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여직원들의 인재풀이 넓어진 것이 요인이긴 하지만, 여성 행장도 배출된 마당에 여성 임원이 없으면 뒤처지는 은행, 시대를 역행하는 은행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