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을 2년 만에 공공기관으로 다시 지정하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2012년 1월 '기타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면서 정부 감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직(職)을 걸고 성사시키겠다'며 산은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투자은행(IB)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자율적인 경영권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당시 산은이 정부 지급보증 등 국책은행으로서의 혜택은 계속 누리지만 방만 경영을 제어할 방법은 없다며 공공기관의 틀을 벗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많았다.

그럼에도 산은이 결국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되자 '대통령 측근' 배려에 따른 특혜 논란은 물론 기업은행까지 어부지리로 덕을 봤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들 기관은 '실세' 강만수 회장이 떠나자 2년 만에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정권에 따라 고무줄처럼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산은과 기은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명분이 '민영화'였던만큼, 이들 기관의 민영화가 모두 무산된 현재로선 재지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영화 무산뿐 아니라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임원 임금을 인상하는 등 방만 경영과 부채 증가 문제도 재지정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적인 IB 육성'을 목표로 추진되던 산은 민영화는 지난 8월 금융위원회가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합병 등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백지화됐다.

기업은행도 정부 지분 50%를 유지하면서 전통적인 중소기업 융자 기능 등 정책 기능을 기존처럼 수행하도록 해 민영화가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이들 기관이 예전처럼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면 다시 정부의 통제 안에 놓여 기관장과 직원 1인당 인건비, 업무추진비, 이사회 회의록, 감사결과 보고서 등 경영공시 의무 등을 지게 된다.

기타공공기관은 경영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등 다른 공공기관에 견줘 상대적으로 가벼운 의무를 진다.

다만,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기타공공기관에 대한 관리를 천명한 만큼 감시와 통제가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민간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지 않는 게 제일 좋겠지만, 내년 7월 통합 산은(산은+정책금융공사)이 출범하고 나서 1년은 지켜본 뒤 재지정을 논의해달라는 게 우리의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에도 공공기관에 지정되지 않는 대신 금융위의 감독이 강화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금융기관 감독기구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대상이다.

금감원은 2007년 4월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2009년 1월 해제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금융감독 업무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경우 공공기관 제외 당시의 조건이 하나도 지켜진 게 없어 재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금감원은 한은처럼 특수한 성격의 기관이라 공공기관 지정에 애매한 면이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세종연합뉴스) 심재훈 차지연 박수윤 기자 president21@yna.co.krcharge@yna.co.krcl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