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삼 강원반찬 사장(왼쪽)이 딸 배화자 씨와 함께 개폐형 진열대에서 꺼낸 알타리 김치를 내보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권영삼 강원반찬 사장(왼쪽)이 딸 배화자 씨와 함께 개폐형 진열대에서 꺼낸 알타리 김치를 내보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명품점포’. 성남 중앙시장의 반찬가게 ‘강원반찬’에 붙어 있는 명패다. 강원반찬은 지난 18일 경기도가 뽑은 최우수 점포로 선정됐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왜 명품 점포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점포 내부는 마치 대형마트처럼 깔끔했다. 각종 김치와 계란말이 멸치조림 등 100개가 넘는 반찬이 개폐형 진열대 안에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주부 문영주 씨(37·성남시 태평동)는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맛도 좋아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최고 재료만 쓰는 ‘고집’

강원반찬 사장은 올해 76세인 권영삼 할머니다. 그는 1972년 단돈 300원으로 채소장사를 시작하며 성남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1994년 ‘맛있고 깨끗하다는 믿음을 얻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반찬가게로 전업했다. 음식솜씨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 언젠가 재능을 사업으로 연결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맛있는 반찬을 만드는 것은 좋은 식재료를 쓰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창업했을 때나 지금이나 재료는 최고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주력 상품인 김치만 해도 봄과 여름에는 강원도산 고랭지 배추만 쓴다. 단단하고 단맛이 탁월해 다른 지방 상품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가을 김장철에는 배추잎이 두텁고 단맛이 나는 전남 해남산을 고집한다. “예전에는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식재료를 직접 샀지만 요즘은 농산물 도매업을 하는 막내아들이 친환경 제품을 공급해줘 좀 편해졌다”며 권 할머니는 웃었다.

반찬을 어떻게 맛있게 만드느냐는 질문에 그가 “그냥 손맛”이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딸 배화자 씨(49)는 “정성을 다하는 거죠”라고 거들었다. 예를 들어 “김치류 간을 맞출 때는 화학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고 젓갈과 양파 등으로 간을 맞춘다”고 말했다. 계절마다 철에 맞는 상품을 내놓는다. 가을에는 생선구이와 홍어회 등 푸짐한 먹거리를 내놓고, 겨울에는 마른반찬·깻잎·마늘종·무말랭이 같은 밑반찬을 판매하는 식이다.

조림반찬 계란말이 등 즉석식품은 점포 뒤 주방에서 조리한다. 만들어진 제품은 하루를 넘기지 않는 게 원칙이다. 야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밤 11시까지 판매한 뒤 남은 제품은 다음날 새벽 인근 식당에 넘긴다. “냉장 보관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제맛이 안 난다”고 권 할머니는 말했다. 이날 계란말이와 겉절이를 산 주부 변미숙 씨(31)는 “반찬 가짓수가 많은데도 일목요연하게 진열돼 있어 편리하다”며 “무엇보다 위생적이어서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기업형 체인점으로 성장

[전통시장 히든챔피언] 배추, 여름엔 강원산, 가을엔 해남…최고 식재료에 '손맛' 살린 반찬
성남중앙시장 내 강원반찬은 체인점 세 개가 있다. 성남 은행동에 있는 가게를 포함하면 모두 4개 점포가 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들과 딸, 며느리가 운영하고 있는 가족기업이다. 가게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권 할머니가 성남시장 안에 2호점을 낸 2007년부터다. 1994년 문을 연 1호점 바로 맞은 편에 문을 연 이 가게는 40㎡의 소형 점포지만 4000만원의 큰 돈이 리모델링비로 투자됐다. 개폐형 냉장 진열대와 주방을 설치하는 전통시장에선 보기 어려운 ‘현대식 점포’를 차렸다. 괜한 돈을 들인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 ‘통 큰 투자’가 강원반찬을 명품 점포로 바꿔 놓는 시발점이 됐다.

개폐형 냉장 진열대를 설치하면서 매출과 방문객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매출은 하루평균 150만원, 방문객 수는 250명으로 1호점에 비해 30%가량 증가했다. 젊은 층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권 할머니는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2008년엔 성남시 은행동에 3호점을 냈다. 3호점은 아들 배득영 씨(53)가 경영하고 있다. 막내 며느리가 운영하는 ‘진수성찬’도 성남시장 안에 있다. 2대에 걸친 반찬전문점 체인에서 지난해 올린 매출은 총 17억원이 넘는다.

물론 4개 점포를 총지휘하는 것은 권 할머니다. 그는 나이 일흔이 넘어 한글을 배우고, 그후엔 상인대학에 등록해 공부할 만큼 경영에 열정을 갖고 있다. 전국의 우수시장이란 데는 모조리 둘러보고 벤치마킹할 소재를 찾기도 했다. 상품관리나 재고처리 등 중요한 일은 모두 권 할머니가 맡아 처리하고 있다.

그는 “반찬점 영업 20년간 위생문제로 고객 항의를 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고, 재고가 남아 음식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다는 것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관리도 남다르다. 4개 점포에 근무하는 직원 19명은 동일한 휴무와 급여 체계를 적용받는다. 4대 보험은 기본이고 경조사에는 5일 휴가가 제공된다. 10년 이상 근속하면 10돈짜리 금목걸이를 증정하는 결정을 내린 것도 권 할머니였다.

김유오 시장경영진흥원 상권연구팀장은 “강원반찬은 원재료 품질이 뛰어나고 위생과 안전에 대한 신뢰를 얻은 게 성공 포인트”라며 “즉석식품을 비롯해 100여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으로 고객의 선택을 용이하게 했고, 눈을 즐겁게 하는 상품 진열과 편리한 동선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