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독립운동가 집안서 태어나 충청도 산골에서 어린시절 보내
자유학기제 시범학교 반응 좋아…초·중·고 전학년에 도입해야
장학의 근본 취지 '나눔정신' 확산…8조 세금 맡은 재단이 앞장설 것
박 대통령과는 교육정책 자문하며 10년 넘게 인연 . 곽 이사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교육 공약 입안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꿈 과 끼를 찾는 교육’ ‘ 비정상화의 정상화’ 등 박근혜정부 교육 정책의 슬로건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강은구기자 egkang@ha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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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보궐선거로 초선 국회의원이 된 1998년부터 경제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며 내공을 쌓아왔다. 교육 분야 전문가는 당시 한국교육개발원장이던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다.

한번 시작된 인연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곽 이사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교육 공약 입안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공교육 정상화, 교육비 부담경감 등 박근혜 정부 교육 정책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간사를 거쳐 지난 5월 연간 8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장학재단의 수장에 임명됐다.

○평양에서 중국 룽징으로 이주

곽 이사장은 단골집인 서울 장충동의 평양면옥을 만남 장소로 정했다. 한겨울에 먹는 게 제맛이라는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3대를 이어오면서도 맛이 한결같다는 평가 덕분인지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진 지난 10일 점심 시간에도 냉면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게가 꽉 찼다. 곽 이사장은 평양냉면집을 택한 이유부터 설명했다.

“할아버지가 평양에서 청년 시절을 보내다 1920년께 강제 징용을 피해 중국 룽징으로 이주했습니다. 어머니는 신의주 분이라 제 뿌리가 이북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아버지가 황무지를 개척하며 사셨기 때문에 집에서 냉면을 즐겨 먹을 처지는 아니었지요. 오히려 교육계 선배이자 스승인 고 이영덕 국무총리, 정범모 서울대 교수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분들이 냉면을 즐겨 저도 좋아하게 됐습니다. 이곳은 건너편 경동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30여년 전부터 왔는데 맛이 한결같아요. 만두나 편육도 일품입니다.”

때마침 편육과 만두가 상에 올랐다. 돼지고기와 두부, 숙주 등으로 속을 채운 만두를 한 입 베어물었다. 맛은 담백했고 채소는 씹는 맛이 살아있었다.

“할아버지는 2남2녀를 두셨습니다. 맏사위, 그러니까 제 큰고모부가 당시 항일 무장 독립군 대장이었던 박동건 씨입니다. 당연히 우리집도 감시를 심하게 받았죠. 결국 큰아버지(곽양근 씨)가 스무살 때 일본군에 끌려가서 행방불명됐습니다. 할머니는 그 이듬해 충격으로 돌아가셨고요. 둘째 아들인 아버지는 당시 일곱살이었습니다. 한 집안이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버지 뜻 이어 교육자의 길로

곽 이사장 가족은 이후 당시 만주 지역인 무단장으로 이주했고 곽 이사장은 그곳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보통학교를 마치고 사범학교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이미 연로한 할아버지를 대신해 가계를 책임지느라 학업을 포기하고 가정을 꾸렸다.

“제가 교육자의 길을 택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버지가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뤄드리고 싶었죠. 어머니도 한글을 깨우친 분이셨고요. 제가 소학교 6학년이 될 때는 교육을 위해 이사를 결정할 정도로 교육의 중요성을 아는 분들이셨습니다.”

곽 이사장은 1942년 태어났는데 1945년 일제 패망직전 아버지가 일본군에 징집됐다. 1945년 해방이 되고 아버지가 돌아왔지만 당시 만주는 마오쩌둥의 팔로군이 점령군으로서 위세를 부리는 통에 삶이 각박하긴 마찬가지였다. 곽 이사장의 가족은 결국 신앙의 자유를 찾아 남쪽행을 택했다.

“땅 소 돼지 등 팔 수 있는 건 모두 팔았습니다. 신의주까지 기차로 이동했지만 이후에는 교통편이 없어서 걸을 수밖에 없었죠. 어머니는 친정집에 들를 여유도 없었다고 합니다. 평양은 이미 공산군이 점령해 강원도를 통해 먼 길을 돌았습니다. 전쟁이라면 지긋지긋해진 할아버지가 찾은 땅이 ‘천둥산 박달재’라고 하는 충청도 산골이었습니다. 지금은 충주시에 편입된 중원군 산척면 석촌리라는 곳이었습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곳까지 6㎞를 걸어야 하는 산골이었죠.”

곽 이사장이 6학년이 되자 가족이 모두 큰고모가 살던 충북 증평으로 이주했다. 그는 그곳에서 청주사범학교까지 마치고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했다. 1년간 근무한 후 3년간 군 생활을 마친 다음 서울대 교육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직후 교육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에 들어갔다.

○“학자금 대출시 금융교육 병행할 것”

주메뉴인 평양냉면이 나왔다. 투명한 육수에 두툼한 메밀면이 묵직하게 말려 있다. 편육 서너 점과 달걀 반쪽, 절인 무와 오이가 고명으로 얹혀 나왔다. 점원이 “면을 자르면 퍼져서 맛이 없으니 그냥 드시라”고 먹는 법을 일러줬다. 잠시 대화가 끊겼다.

“저는 이 집에 오면 ‘거냉’을 시킵니다. 시원하긴 한데 얼음장처럼 냉기가 느껴질 정도는 아닌 냉면이죠. 육수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고…. 이가 시린 사람에게 제격입니다. 거냉을 시키면 그게 뭐냐고 되묻는 집도 있긴 합니다. 저는 정통 냉면집인가 아닌가를 거냉을 제대로 하는지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탄력이 있으면서도 씹으면 툭툭 끊어지는 면발에서 주방장의 내공이 느껴졌다. 유명한 평양냉면집 중에 맑은 편에 속하는 육수는 먹을수록 감칠맛이 돌아 자리에 앉은 이들 모두 냉면 국물을 다 마셨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평생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한 교육 전문가로서 자연스럽게 생긴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초년 시절에 교육 정책 관련 자문을 한 일이 있고, 그게 인연이 돼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교육공약 개발을 도왔습니다. 작년 대선 때는 박 대통령이 직접 연락을 했습니다. 저는 평소 제 교육철학을 펼칠 기회가 있다면 정치적인 성향을 가리지 않고 활용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좋은 기회이자 인연이라고 생각했죠.”

박근혜 정부는 학교교육 정상화, 교육복지 확대, 능력중심사회 구축을 기본 교육철학으로 삼고 있다. 중학교 시절 한 학기를 시험을 보지 않고 진로 탐색의 기회로 활용하는 자유학기제나 고교 무상교육, 대학 반값등록금 확대 등을 통해 구체화하는 중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도입한 시범학교들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앞으로는 한 학기만 할 것이 아니라 초·중·고 전 학년에 자유학기제의 정신을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능력중심사회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국가직무능력체계(NCS)를 구축하는 중인데, 기업과 취업교육기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더 잘될 겁니다. 교육복지 확대는 누구나 의지와 능력만 있으면 원하는 수준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죠. 한국장학재단의 주된 임무이기도 합니다.”

○나눔의 정신 있어야 선진 사회

한국장학재단은 매년 3조원이 넘는 국가장학금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2조7000억원 규모의 학자금 대출 업무도 맡고 있다. 정부는 교육복지를 위해 두 사업 규모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부정 수급이나 행정 오류로 이중 수급이 되지 않도록 장학금을 신청한 학생들의 소득 정보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합니다. 학자금 대출 때는 금융교육을 함께 해서 학자금을 포함한 대출금 상환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해서 자기계발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있게 행동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그렇게 해야 학생들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봐요.”

장학재단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기부문화 확산 및 나눔봉사를 위한 나눔경영 전담 부서를 설치했다.

“장학의 근본적인 취지는 나눔입니다. 8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세금을 재단이 맡은 만큼 나눔의 의미를 널리 알리는 의무도 이행해야 합니다.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맞춤형 장학금을 더 많이 만들 계획이고요. 대학생들에게는 혜택만 보는 객체가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로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마련할 작정입니다. 한국 사회가 선진 사회로 가려면 자발적인 참여와 나눔이 있어야 하거든요.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선한 일을 위해 협력할 때 미래가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경제신문이 연 ‘글로벌 인재포럼’이 ‘벽을 넘어서’라는 주제를 택한 것도 나눔의 정신을 담았다는 점에서 참 시의적절했습니다.”

[한경과 맛있는 만남]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의지·능력 있으면 맘껏 공부할 기회 주는게 교육복지"


곽병선 이사장의
단골집 평양면옥 평양냉면 중에서도 메밀향 짙고 육수 맑아


[한경과 맛있는 만남]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의지·능력 있으면 맘껏 공부할 기회 주는게 교육복지"

3대째 손맛을 이어가고 있는 이북음식 전문점으로 평양냉면 어복쟁반 만두 등이 주메뉴다. 평양냉면은 메밀로 면을 만들기 때문에 고구마 전분으로 만드는 함흥냉면과 달리 탄력이 있으면서도 툭툭 끊어지며 육수가 맑은 것이 특징이다.

평양면옥은 제분기를 설치해 메밀을 하루 사용할 만큼만 직접 빻아 쓰기 때문에 메밀향이 짙다는 평가를 받는다. 육수는 평양냉면 전문점 중에서도 특히 맑은 편에 속한다.

거냉(냉기를 뺌), 민짜(고명을 빼고 면을 많이 주는 것) 등 개인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냉면은 1만원이며 어복쟁반(3~4인 8만원) 만두(6개 1만원) 편육(2만3000원) 등은 절반 메뉴도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운영한다. (02)2267-7784

강현우/정태웅 기자 hkang@hankyung.com

■ 약력

▶1942년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 출생 ▶1962년 청주사범학교 졸업 내서초(경북 상주) 교사 ▶1973년 서울대 교육학과 석사 한국교육개발원 입사 ▶1980년 미국 마케트대 교육학·철학 박사 ▶1994년 대통령자문 교육 개혁위원회 위원 ▶1999년 한국교육개발원장 ▶2000년 한국유네스코 위원회 교육분과위원 ▶2005년 경인여대 총장 ▶2009년 한국교육학회장 ▶2013년 18대 대통령직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간사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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