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응답하라 1994' 삼천포가 떠오른다…든든한 전방위 보디가드 볼보 S80 D5
[ 최유리 기자 ] 처음엔 큰 몸집과 딱딱한 인상이 살짝 부담스럽다. 그러나 타보면 첫 인상이 주는 느낌은 곧 달라진다. 몸집에 비해 민첩한 움직임에 놀라고 안전을 위한 배려에 감동한다.

외형은 사실 별다른 특징이 없다. 기존 모델보다 길어진 범퍼 그릴 덕에 차체가 커 보이고 볼륨감 있는 보닛은 웅장함을 준다. 일단 사면 두고두고 입을 무난한 디자인이지만 눈을 사로잡는 요소가 없어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옷의 느낌이랄까.

큰 덩치만큼 실내 공간은 널찍하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가 2835mm로 170cm 키의 여성이 타도 뒷좌석 무릎 공간이 넉넉하다. 운전석의 경우 원목 느낌의 우드 소재와 가죽 시트가 어우러져 포근해 보인다. 다만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조장치)에 조밀하게 모인 버튼들과 직각으로 세워진 매립형 내비게이션은 조작이 불편하다.

이제 주행 실력을 가늠해볼 차례. 지난 주말 서울 한남동 볼보빌딩에서 경기 양주시 장흥 유원지를 돌아오는 86km 구간에서 ‘S80 D5’를 몰아봤다.

우선 초반 가속력이 일품이다. 과장을 좀 보태면 스포츠카에 버금가게 민첩하다. 최대 토크 44.9kg·m, 최고 출력 215 마력의 2.4ℓ 트윈터보 디젤 엔진의 힘이 즉각 느껴진다.

3가지 주행 모드(컴포트·스포츠·어드밴스드)도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컴포트 모드에선 부드러운 스티어링휠(핸들)의 반응이 안정감을 줬다면 스포츠 모드에선 좀 더 공격적인 가속 응답성과 묵직해진 움직임이 경쾌함을 더한다.

민첩하고 유연한 움직임 다음으로 다가오는 매력은 안전 시스템이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답게 각종 첨단 시스템이 화려하다. 보행자 충돌 방지 시스템, 차선이탈 방지 장치,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처음에는 사이드 미러, 앞 유리 등에 표시되는 안전 표시등이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안전장치에 의존하고 있는 운전자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은 운전에 서툰 여성 운전자들에게 유용하다. 사이드 미러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좌우 사각 지대로 집입하는 차들을 감지, 경고등을 켜준다. 차선을 바꿀 때나, 좁은 골목을 통과할 때, 주차할 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주행을 마치고 표시된 연비는 12.9km/ℓ. 급가속과 제동을 반복한 탓에 복합 연비인 14.2km/ℓ 보다 낮게 나왔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운전자를 보호하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나 올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우직하지만 자상한 볼보 S80 D5는 '응답하라 1994'의 경상도 남자 '삼천포'를 닮았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